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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63212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0-04-15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롤러코스터 _ 배명희
잃어버린 양 한 마리 _ 송 언
뻐꾸기 뿔 _ 박명호
용감한 형제 _ 정 환
앞이 안 보여, 그만 _ 한상준
달집 태우기 _ 박종관
부러진 화살 _ 김 혁
저자소개
책속에서
진이는 가연이를 늘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쓰레기 소각장 뒤쪽은 진이 패거리들 외에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가연이는 진이를 따라 음습한 그늘로 뒷모습을 보이며 사라지곤 했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거나 핸드폰으로 학교 밖에 있는 다른 애들과 연락을 해 만나자는 약속을 하거나, 간밤에 놀았던 이야기나, 반은 욕으로 이어지는 대화를 나눈다. 자신의 열등감이 투사된 아이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협박을 한 다음 두려움에 떠는 상대를 보며 만족해한다. 중학교 때 나는 가끔 그늘진 구석에서 욕을 먹고 따귀를 맞고 머리채를 잡혔다. 허벅지나 등이나 가슴, 겉에서 보이지 않는 부위에 옅은 색 멍을 달고 살았다. 핸드폰을 빌려 쓰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롤러코스터」중에서
“어떤 날은 정말 죽고 싶어. 아니, 이 세상 사람을 다 죽여 버리고 싶어.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다 죽여 버리고 싶다고. 내 생각을 좀 해보라고. 괴물 아빠한테 얻어터지고, “주여, 주여!”만 찾는 엄마한테 또 얻어터지고, 요셉이 형한테 또 얻어터지고, 이모한테도 얻어터지고, 그것도 모자라 학교에 오면 선생님한테 또 얻어터지니까 내가 죽고 싶은 거라고. 그런데 나만 죽으면 억울하잖아. 나만 얻어터지면 속상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아이들을 패주는 거라고. 어떻게 나만 맞고 사느냐고. 그건 정말 억울한 거잖아. 안 그래, 얘들아?” -「잃어버린 양 한 마리」중에서
방망이 세례는 계속됐다. 떡사이는 덩치와 이름답게 지치지도 않았다. 그는 스윙 연습하는 야구선수처럼 방망이를 휘둘렀다. 여학생들은 아예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었고, 교실은 어느 그림 속의 도살장처럼 온통 숨을 죽인 채 외진 비명마저도 한 겹 한 겹으로 어두운 분위기에 쌓여 갔다. 그것은 일종의 적막이었다. 탁, 탁, 탁- 적막은 간혹 방망이 소리와 함께 기우뚱거렸다. 나는 여전히 무서운 꿈속에 있었다. -「뻐꾸기 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