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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0620279
· 쪽수 : 354쪽
책 소개
목차
엘 발레로
천국, 물에 잠기다?
농장생활 입문
강에 다리를 놓다
불안한 공동생활
무너진 환상
도밍고와 목재 탐사
마탄사의 계절
양털깎이로 나서다
물을 따라 걷다
고양이와 비둘기
내 손으로 집을 짓다
개들과 양 떼
농장의 번식기
클로에의 탄생
친구들과 외국인들
약초와 가축 치료
시장의 압력
클로에의 세례식
다리가 떠내려가다
옮기고 나서
책속에서
욕을 퍼붓고 몇 번이나 돌을 던진 끝에 간신히 양 떼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내가 올라왔던 길을 따라 천천히 산을 내려갔다. 양들을 데리고 하산하기란 끔찍하게 어려웠다. "훠이!" 내가 소리치며 막대기를 흔들면 여남은 마리의 양만 앞으로 나아갔고, 나머지는 움직이는 동료들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 설렁설렁 풀을 뜯으며 걸어 내려갔다. 때문에 나는 일부러 무리 앞쪽의 양들을 가시덤불과 바위 사이로 몰아붙였다. 그러면 양들은 내키지 않는다는 듯 느릿느릿 올바른 방향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뒤쪽의 양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는 웬 엉뚱한 바위를 향해 올라가고 있게 마련이었고, 나는 도로 뛰어올라가 양들을 다시 제대로 내려가게 했다. 그동안에 또 무리 위쪽에서는... 제대로 된 양치기 개 한 마리 갖추지 못한 나의 멍청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 본문 287쪽, '양 떼를 몰고 가다' 중에서
고향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우리가 그라나다 산속에 농장을 하나 샀거든. 왜 있잖아, 도로도 전기도 수도도 아무것도 없는 두메산골 말야. 그래 정말이야. 우린 진짜 모험을 떠나는 거라고. 지긋지긋한 일상의 반복은 안녕이야. 진정한 삶을 찾아서!"
그러고 나서야 우리는 실제 상황이 어떤지 깨달았다. 우리는 편안하고 예측 가능한 삶을 송두리째 집어던지고 얼어붙을 듯 차가운 물속에 뛰어든 건 마찬가지였다. 도로에서 지나쳐간 사람들은 모두 우리의 얼굴을 보고 그리운 고향에서 강제로 쫓겨난 피난민이 아닐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그리 우울한 기분은 아니었고, 우리 스스로 써놓았던 각본 속으로 마침내 뛰어들었음을 실감하고 멍해진 것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