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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 ISBN : 9788990985552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09-06-10
책 소개
목차
Prologue_ 작은 보석
1. 상처 입은 어린 영혼
자유를 찾아서 26
성스러운 숲 33
몽마르트르 45
2. 넘치는 혈기
붉은 머리 로자 64
가문의 명예를 위해 93
작은 바이올렛 꽃다발 111
3. 즐거운 인생
물랭 거리 132
54호실의 손님 152
아름다운 폐허 179
4. 안경 쓴 개
마드리드 요양소 216
보호자와 지팡이 241
신의 뜻대로 253
Chronology 258
작품 목록 265
리뷰
책속에서
반 고흐는 몽마르트르 대로에서 화랑을 운영하는 테오 반 고흐의 형이었다. 서른세 살의 그는 온갖 불행과 단념을 겪어야만 했다. 반 고흐는 이제 스케치를 시작한 지 6년이 되었고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린 지는 겨우 4년이 된 터였다. 그도 로트렉처럼 화가라는 운명에 떠밀려 왔다. 그는 스스로 ‘진짜 삶’이라 부르는 그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했다! 그도 로트렉처럼 실격자였다. 불구자의 짧을 다리를 보고 웃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운명의 쓰라림과 잔인한 아이러니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 고흐는 고통 받는 모든 것을 연민으로 바라보았다. 로트렉은 이와는 반대로 누구도(그 자신조차도) 동정하지 않았다. 로트렉은 자기 자신을 쳐다보는 것처럼 남들을 보았다. 그는 판단하지 않고 분석했다. 그는 감상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도덕에는 무관심했다. 그는 삶을 그 자체를 간파하기를 원했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반 고흐의 그림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로트렉의 그림은 감정에 대한 지식이었다. 반 고흐가 자비심이라면, 로트렉은 명철함이었다.
- 59p
“여자의 몸은, 여자의 아름다운 육체는 말야, 사랑을 위해 있는 것이 아냐. 그러기에는 너무나 멋지거든, 너무나 멋져. 사랑을 하는 데는 아무것으로나 족하지. 아무것으로나, 그렇잖아?”
- 68p
로트렉은 그림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술 마시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젊은 수탉처럼 온갖 난잡한 행동을 하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의 행동을 걱정하는 부르주와 알베르, 다른 이들에게는 냉소적인 무관심으로 응수했다. 그리고 웃었다. 그는 브뤼앙의 매춘부들, 즐거움을 주는 소녀들이라 불리는 이들을 그렸다. 그의 유화 속에서는 새로운 슬픔이 고통 받고 어리석은 여인들의 얼굴에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는 웃었다. 마치 이 슬픈 감정이 슬픔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가끔씩은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걱정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는 거야. 왜냐하면 걱정하는 사람들은 걱정하고 있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 법이거든.”
- 77p
로트렉은 새로운 일에 몰두했다. 그는 포스터 중앙에 춤추는 라 굴뤼를 군중과 분리해 넣었다. 그녀 앞에는 발랑탱의 실루엣을 길쭉하게 회색으로 그려 넣어 둥글고 금발인 라 굴뤼와 대조를 이루도록 했다. ‘물랭루주’ 하면 우선 라 굴뤼가 생각나지 않는가? 또한 발랑탱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로트렉은 개개인에 대한 기호가 강했다. 개개인을 형상화시킨 모습을 포스터에 구현함으로써 그들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그 구경거리를 상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렇게 개개인에게 상황과 역할을 부여했다. 그것은 당시 관행이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유명 배우들의 이름조차도 광고판에 크게 쓰이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 104p
로트렉의 작품은 대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 느낌을 위해 로트렉은 세심한 노력을 쏟아 부었다. 그가 아무리 그림을 그리는 데 익숙해졌다 할지라도 절대로 자신의 재능을 과신하지 않았다. 친구가 시가를 사기 위해 담뱃가게 앞에서 멈추면 로트렉은 이마나 목, 턱의 곡선과 웨이브 등을 몇 개의 선으로 빠르게 그려냈다. 이러한 끊임없는 연습 덕분에 그의 표현대로 ‘손에 익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즉흥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낼 수 있었다. 로트렉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즉흥적인 그림은 거의 그것으로 끝난 적이 없었다. 단숨에 그은 선이 연필이나 붓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처럼 가볍고 단순해 보이는 붓 터치 하나도 인내와 기나긴 연구의 결과로 얻어낸 것이었다.
- 107p
작품에 대한 무관심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웃음이나 농담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의 슬픔을 감추는 데 필요했던 것일까? 아마 권태로움에 지쳐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림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없었을 테니 화를 낸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림이 내 다리를 되돌려주는 것은 아니지. 최선의 선택으로 그림을 그릴뿐인데….’
이런 자조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두 눈에 보이는 것들을 그려야 한다는 필연적인 열망이 그를 다시 캔버스 앞에 서게 했다. 그러면 마음이 가라앉고 즐거움이 찾아왔다. 하지만 자조적인 생각들을 잉태하는 고독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만으로도 알 수있는 지하수처럼 숨죽이며 존재하고 있었다.
- 18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