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대머리가 되다니

하루는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올랐는데, 그 길은 끝도 없을 것 같았다. 산꼭대기에 거의 다다르니까 우리가 출발했던 곳이 산 아래로 아득하게 내려다보였다. 이곳에 앉아서 산 아래 작은 골짜기에 펼쳐져 있는, 노랗고 빨간 꽃들과 셀 수 없이 가득한 사와로 선인장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지금도 그 기분이 되살아난다.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엄마에게 기댄 채 지난해부터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동안 내 머리는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었다. 내가 말했다. "엄마는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음, 암에 걸린 건 내가 바랐던 일은 아니야. 하지만 거기에서 얻은 게 정말 많은 것 같구나."

나는 엄마가 중요한 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잘 몰랐다. 암에 걸려 얻은 게 많다고? "어떤 것을 얻었는데요?"

"그러니까 지금 나누고 있는 이런 이야기 같은 것 말이야. 지난해라면 우리가 이렇게 편안히 얘기를 나눌 수 있었을지 모르겠구나. 엄마가 아픈 뒤로 정말 힘든 일들이 많았고 그것을 피할 수도 없었지. 하지만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 덕에 더 가까워진 듯해." - 본문 42~43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