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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1643581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09-09-30
책 소개
목차
1. 웃는 여인
2. 욕망의 섬
3. 나의 고양이를 부탁해
4. 안개 속의 살인자
5. 안개를 읽는 100가지 방법
6. 내가 너를 잊으면 내게 말해줘
7. 당신의 따뜻한 총
8. 너에 대한 나의 거짓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안개는 위험하지도 나쁘지도 않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위험할 뿐이다.
웃고 있지만 행복하지 않은 여자. 미소 지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여자. 여자들은 하나같이 참혹한 운명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그는 그 웃음의 의미를 간절히 알고 싶었다.
멀리 해협을 바라보았다. 새 한 마리가 날아갔다. 젖은 날개가 무거운 듯 새는 게으르게 날개를 움직였다. 겨우 하늘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두 그럴 것이다. 겨우 존재할 수 있을 정도의 날갯짓을 할 뿐이다.
“이 도시는 두 얼굴을 지녔어요. 어둠 속에서 죄를 짓고 사람을 죽이지만 안개가 사라지면 해협의 물결처럼 아름답죠. 눈부신 미녀와 흉악한 야수. 어떤 쪽이 이 도시의 진짜 모습일까요?”
“둘 다겠지? 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지닌 야수, 아니면 야수의 악마성을 지닌 미녀. 우리 모두 그렇지. 미녀의 얼굴로 야수의 행동을 하지.”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울음이 아니라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울음을 터지게 하는 건 슬픔만이 아니다. 고통도, 분노도, 공포도 울음을 터지게 한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는 환부는 분명 존재했다. 그것은 환자의 인생을 황폐하게 했고 결국 파멸시켰다. 암세포 하나가 온몸으로 퍼져 결국 죽음으로 이끌듯이. 영혼을 황폐하게 하는 그 병균을 그녀는 증오했다. 절망, 우울감, 증오, 질투, 과도한 사랑, 그 모든 것이 영혼을 갉아먹는 병균들이었다.
“우리는 행동하면 돼! 생각은 위에서 하는 거야. 이 조직이 거대한 생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 스스로 지키기 위해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거대한 괴물 말이야. 우리는 이 조직의 아주 작은 세포일 뿐이야. 조직의 순환계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암세포는 바로 공격당할 수밖에 없어.”
인간은 기억하고, 계산하고, 통찰하면서 성장한다.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고 배웠다. 그렇다. 그렇게 배웠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모든 생각은 누군가가 말해준 것, 가르쳐준 것, 보여준 것일 뿐이다. 그는 생각했다. 우리는 어느새 생각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방식에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와 물, 단백질 같은 무기질로 만들어졌지만 한 사람을 완성하는 건 그의 과거예요. 시간과 기억이 그 사람의 정신과 영혼을 구성하죠. 기쁨과 슬픔, 분노와 고통도 지금의 당신을 만든 것들이에요.”
대답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는 영원히 대답할 수 없을지 모른다.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우리는 아는 것이 없으므로. 설사 무언가를 안다 해도 그것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므로. 마침내 많은 것을 알았다 해도 그것이 모든 것은 아니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