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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1506181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5-10-15
책 소개
목차
My glory days, 리화여전 글리클럽 연대기
1926년
인플렉션 포인트
1928년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슈퍼스타 안치용
장옥분
안치용 교수의 오해
민요 합창 연습
방아타령
리전음악회
민요의 발견
려화(勵火)
1929년
암중모색
안치용의 ‘싸움의 방식’
1930년
프리마돈나 이연실
1931년
북간도
조선민요 합창곡집
만주사변
1932년
전국 순회공연
1933년
표절
스캔들
1934년
다시 북간도
아듀, 글리클럽
에필로그
만립음악원
1939년 가을, 상하이
1941년 봄, 인천
박 에스더
〈리뷰〉 K-팝의 원형--- 노래를 향한 열정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My glory days, 리화여전 글리클럽 연대기
돌아보매, 나의 소녀 시절은 ‘추억’보다 ‘묵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절이었다.
열여덟 살이 되었던 그해 1919년, 세상은 온통 죽음으로 점철된 듯했다. 광무황제(고종)가 승하하셨고, 어머니와 사랑하는 동무들을 잇달아 떠나보내야 했다. 나의 소녀 시절은 그해 그렇게 끝이 났다.
그 시절의 하늘은 늘 낮게 깔려 있었고, 나는 그 하늘에 짓눌려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했으며, 목소리마저 죽은 듯 살아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눈빛을 감추었고, 서로의 눈을 마주 쳐다보지 않았다. 내 인생은 계속 그렇게 흘러갈지도 모르는데,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에 대한 자각조차 없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흘러, 나는 또 하나의 일과 마주했다. ‘리전(梨專) 글리클럽의 나날들’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엔 기껍지 않았다. 오히려 피하고 싶어 저항했지만, 그 일은 나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새로운 날들이 시작됐다. 나의 미지근했던 인생에서 유일하게 뜨거웠던 기억. 매 순간이 힘들었고, 한 걸음 나아가기가 여간 버겁지 않았던 그 시절. 그러나 이제 와 조용히 돌아보니,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도 영광스러운 나날들이었다. 아마도 인생이란 게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영광의 시절이란 가장 힘겹고도 어두운 날들의 안쪽에 숨어 있는 것.
이 오래된 이야기, 나의 일기장조차 빛이 바랜 지 오래라, 조만간 글씨마저 사라지면 흔적조차 지워질 이야기들. 이젠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는 그 시절을, 나 홀로 복기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