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선생

아, 그리운 소년 시절
별난 새해 첫날 손님
갈수록 묘한 손님
계엄 사령관과 포고령
점점 살기가 고되다
하느님이 원망스럽다
다시 만난 그 여학생
내 마음 나도 몰라
미나를 위하여
별장에서 생긴 일1
별장에서 생긴 일2
별장에서 생긴 일3
거북이는 거북이다
보고 싶은 미나, 야속한 미나
그리움을 담은 일기장
이 괴로움을 누가 알랴
슬프고 창피한 나날들
어른 흉내는 이제 그만
나의 비밀, 형의 비밀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한다
아버지의 외출 허가증

그런 중에 슬픈 일이 있었다. 에너지 선생님이 돌아가신 것이다. 에너지 선생님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정정하시던 분이 하늘이 내린 수명을 다하시고 세상을 뜨신 것이다. 가족회의를 거듭한 끝에 에너지 선생님의 산소를 우리 가족 묘지에 모시기로 했다. 저승에서도 우리 집안의 사감 선생 노릇을 하시라고 말이다.
나는 지금도 틈나는 대로 가족 묘지를 찾아가 에너지 선생님의 무덤 앞에서 경건히 머리 숙여 경배하고 돌아온다.
만난 자는 헤어지게 마련이며, 태어난 자는 결국 죽게 마련이다. 에너지 선생님이 바로 그 증인이 아니신가.
아, 그리운 에너지 선생님!
자, 그러면 내가 이 나이가 되도록 어째서 에너지 선생님을 이토록 목마르게 그리워하는지, 나의 소년 시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 본문 17쪽, '아, 그리고 소년 시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