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배낭

시인의 말

1. 바람, 그 정체가 궁금하다

아버지의 손
참새들의 탄원서
봄비로 울고 있다
꽃다지 꽃
거미와 말매미
산벚꽃
엄마의 기도 소리
빗소리 기차
바람, 그 정체가 궁금하다
짝짓기
연꽃 그림
고구마 줄기
못 빼주기
불법점유
마지막 노래
담배꽁초들
시계가위 소리
벗어놓은 바지
시인의 배낭
자연의 소리
산
강

2. 전원의 아침

모 래
은어와 모랫강
추억의 강 천렵
상자 속 면벽수행
나무부처
자 유
술병들의 팔자
책장 속 책들
잎
산다는 것이
넋두리
장수목
그런 친구
친구 이야기
봄 눈
봄 비
전원의 아침
꽃잔디
상추의 고향 여행
뻐꾸기
청개구리
봉숭아 알레르기
농약 팍팍 치지 마라

3. 가을을 만드는 소리

신세대 입맛
나비 꿈
억 새
산속의 가을밤
가을비
정월 대보름
꽃 조급증
새들의 봄꽃 축제
박 새
봄비 내리는 밤
박씨 하나
산 책
개똥참외
해 질 녘
청명산 매미
저녁 놀
가을을 만드는 소리
산의 문을 닫는다
배추 겉껍데기 까는 소리
나팔꽃
톡, 튀어 올라와서
낭 송

4. 소리는 말이다

가을산 늦털매미
물 총
지렁이
콩 수확하는 법
귀뚜라미 군수공장
늦가을 밤비
김장하는 날
첫 눈
길
눈 위의 발자국
겨울 이야기
남한산성
17세기 술상
일본 대지진 쓰나미
소리는 말이다
평온한 곳
오만한 몇 줄
담배열차
개 짖는 밤
고라니 똥
배 려
산돼지들의 침입
그 물

밭이랑엔 벌써
가을빛을 쬐며 열무 싹이 송송 올라오고 있고
밭고랑 흙 속에서
나직나직 여리게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따사로운 가을빛 아래
대지의 엄마가
열무 싹에게 젖을 먹이며
늦자식을 위해
간절하게 기도하는 소리
- 「엄마의 기도 소리」부분

싫든 좋든
세상 속을
구불구불 돌아다니며
마주치는 것들과
서로 감아 엉기며 살아야 하는
인생이란 고구마 줄기
- 「고구마 줄기」부분

버스 정류장 바닥에
흩어져 있는 담배꽁초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 생각 저 생각 따라 날아간 담배 연기들이
마지막으로
벗어 놓고 간
하얀 신발들
- 「담배꽁초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