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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2219860
· 쪽수 : 110쪽
· 출판일 : 2019-09-05
책 소개
목차
제1부
차양/ 소나기 무시로 지나는 오후/ 평일/ 붉은 기억의 얼룩/ 함구/ 권태/ 재개발지역/ 늦은 인사-나팔꽃에게/ 옥신각신/ 바깥에 갇히다/ 경계에서/ 소리, 손끝으로 듣다?임선빈 악기장/ 짱짱한 목숨/ 난기류
제2부
채송화/ 투명한 슬픔/ 청탁 원고/ 생의 고삐/ 봄 허기/ 산수유 필 무렵/ 너머/ 삼척2/ 막 버스/ 그, 짜안함/ 그리 오래지 않은/ 귀벌레/ BGM/ 가만히
제3부
사는 법/ 이별 후/ 피뢰침/ 낙우송落羽松/ 물고기와 아이들-이중섭展에서/ 모일某日/ 편두통-변제의 방식/ 파슈파티낫 사원에서/ 산딸나무꽃/ 찻잔의 칼날/ 갑사 당간지주에 기대어/ 껌딱지/ 시인 K/ 몰의 연대
제4부
낡은 시집 한 귀퉁이에 적다/ 곡우살이/ 어떤 동행/ 기억의 비무장지대/ 고요한 잠 거룩한 잠/ 목련-큰엄마에게/ 슬픈 관능/ 견본/ 백야/ 아름다운 연착延着/ 칸나/ 대비/ 견고한 잠
저자소개
책속에서
소낙비 가려주던 양지다방 빛바랜 차양의 배가 불룩해졌습니다 손차양을 하고 나온 마담언니 불룩하게 내려앉은 배꼽자리에 장대 꽂아 고인 빗물 땅바닥에 메다꽂습니다 주르륵, 처진 배 한번 더 추어올리니 경쾌한 함성 내지르며 투신하는 빗물들 이제야 가뿐해졌다는 듯 잠시 수조였던 차양 후줄근히 늘어진 자리에 당글당글 햇빛들 고이기 시작합니다
온몸으로 뙤약볕 가려주시던 낡은 가죽부대, 아버지 몸에 차오른 복수를 빼는 날입니다
- 「차양」 전문
소음으로 소음의 입 틀어막기도 하는 것인데
빗줄기 땅바닥 세차게 두드려대며
세상의 소리 다 집어 삼키는 것인데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듯 빗소리 멈추고
나뭇가지 속 은닉한 매미들 잔뜩 벼른 목청 돋워
한바탕 울음으로 세상 뒤흔들어 놓는 것인데
왕성하던 떼창도 주춤하고
빗줄기 땅바닥에 내리꽂히며 사위에
쌀뜨물 같은 희부연 안개 풀어 놓는 것인데
시나브로 빗소리 잦아들고 다시 이어지는
매미들 다투어 꺼내놓은 울음
소리에 소리를 덧대어 우렁차기도 한 것인데
겹치지도 엉키지도 않으며
빗줄기는 빗줄기대로 매미는 매미대로
소요의 배턴을 주거니 받거니
허공의 곳간 채웠다간 비우고 채웠다간 비우고
물기 마른 내 안의 울음들 끄집어내어
어딘가에 슬며시 얹어놓고 싶은,
- 「소나기 무시로 지나는 오후」 전문
세상의 윗목으로 밀려나 냉골에 엎뎌 살아온
그는, 지금 불의 침대에 누워 있다
불끈 솟은 굴뚝은 세상의 아랫목 향해
연신 허옇게 토악질을 해대는데
대기실 전광판에 화장 종료 사인이 켜진다
유리벽 너머 흰 마스크 쓴 노인
꾹 꾹 뼛조각을 빻고 있다, 마침표 찍듯
유골함 문이 닫히고
그의 마지막 페이지도 조용히 덮인다
- 「너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