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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430883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3-07-29
책 소개
목차
처음 이야기詩, 첫 만남
두 번째 이야기_슬이
詩, 퐁당
세 번째 이야기_연두색 마티즈
詩, 비밀일기
네 번째 이야기_아침에 걸려온 전화
다섯 번째 이야기_울고 있는 딸
詩, 못난이 인형
여섯 번째_이야기 잔인한 봄
詩, 민낯
일곱 번째 이야기_버킷리스트
詩, 지상천국
여덟 번째 이야기_꽃을 훔치다
詩, 제비꽃│아홉 번째 이야기_사진·1
열 번째 이야기_사진·2
詩, 사진을 자주 찍다
열한 번째 이야기_이런 느낌표
詩, 별·2
열두 번째 이야기_멀리까지 가다
詩, 어떤 흐린 날
열세 번째 이야기_차갑고도 조그만 손
詩, 약속
열네 번째 이야기_슬이에게 쓴다
열다섯 번째 이야기_사랑, 그것은
詩, 왼손
열여섯 번째 이야기_사랑의 몫
詩, 한 사람 건너
열일곱 번째 이야기_여자
詩, 사랑은 언제나 서툴다
열여덟 번째 이야기_감사하는 이유
詩, 꽃
열아홉 번째 이야기_기우는 마음
詩, 너도 그러냐
스무 번째 이야기_빠지는 마음
詩, 개양귀비
스물한 번째 이야기_그 애가 시키는 일
詩, 그 말
스물두 번째 이야기_선물·1
詩, 선물·1
스물세 번째 이야기_선물·2
詩, 도깨비 사랑
스물네 번째 이야기_흰 구름에게 주는 원고료
詩, 별짓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_좋아한다는 말
스물여섯 번째 이야기_이끌림
詩, 느낌
스물일곱 번째 이야기_맨발
詩, 물푸레나무 그늘 아래
스물여덟 번째 이야기_‘네’라는 대답
詩, 돌멩이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_개울을 따라
서른 번째 이야기_이런 구름
서른한 번째 이야기_문자메시지
詩, 문자메시지
서른두 번째 이야기_시집을 내주다
서른세 번째 이야기_날마다 죽고
詩, 목련꽃 낙화
서른네 번째 이야기_구름을 본다
詩, 며칠
서른다섯 번째 이야기_ 그 애가 변했다
서른여섯 번째 이야기_너를 보았다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_너에게 준다
詩, 너는 바보다
서른여덟 번째 이야기_꾀꼬리 울다
서른아홉 번째 이야기_아이리스
詩, 서양붓꽃
마흔 번째 이야기_봄의 울렁증
마흔한 번째 이야기_시인의 끝
마흔두 번째 이야기_슬이, 너니까
詩, 닻
마흔세 번째 이야기_말로 하기 어려운 말
詩, 꽃그늘
마흔네 번째 이야기_생일 축하
詩, 선물·2
마흔다섯 번째 이야기_세 편의 짧은 시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_바로 이 꽃
詩, 슬이를 위한 기도
마흔일곱 번째 이야기_또다시 사랑은
마흔여덟 번째 이야기_마가렛
詩, 이별에게
마흔아홉 번째 이야기_혼자만의 유희
詩, 벚꽃나무 하는 말
쉰 번째 이야기_이제 너를 보낸다
詩, 너 가다가
쉰한 번째 이야기_사랑의 감옥
쉰두 번째 이야기_사랑의 원본
마지막 이야기_기억의 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조그만 아이, 조그만 처녀, 아버지 잃은 딸, 울고 있는 딸. 나의 가슴은 거센 바람이 숭숭 쓸고 지나가는 빈 들판이 되었다. 뻥 뚫린 빈 하늘이 되었다. 그러한 내게로 슬이는 살그머니 제 몸을 기울여 왔다. 매우 부드럽고 그윽한 수풀이었다. 아담하지만 많은 사연을 숨기고 있는 아기자기한 하나의 세계였다. 순결한 비밀의 궁전이었다. 나는 손을 얹어 슬이의 머리칼을 가만가만 쓸어주었다. 치렁한 머리칼. 잦아들어 차마 흔들리지도 못하는 기인 머리칼. 그날 슬이의 머리칼에서는 무슨 냄새가 났던 것일까? 비릿한 바다 비린내 같은 것이라도 나지 않았을까? 해초냄새 미역냄새라도 나지 않았을까? 차마 슬이는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만 작은 흐느낌이 오래 오래 이어지고 이어졌을 뿐이다.
그렇지, 나는 모자를 쓴 사람. 한 손으로 모자를 벗고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인사를 해야지. 안녕, 안녕. 나이 어린 학생들에게도 반갑게 인사하고 싶어진다. 숨결이 가볍다. 편안하다. 이런 날 누군가 나를 등 뒤에서 보았다면 분명 저 사람 많이 위태로워 보인다고 했으리라. 이게 다 그 애가 준 빛이다. 그 애가 나에게 시키는 일들이다. 나는 오늘 이렇게 상냥한 사람이다.
무얼까? 짐작이 전혀 가지 않는 일도 아니다. 지지난 주쯤 토요일일 것이다. 시내 쪽에 볼일이 생겨 자전거를 타고 제민천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제민천 개울 길에서 슬이를 보았다. 혼자가 아니었다. 남자 청년과 함께였다. 둘이서 개울 길을 걸으며 개울 속에 노는 물고기들을 보고 있었다. 언뜻 보아도 준수하게 잘생긴 청년이었다. 키도 적당히 크고 당당한 몸집이었다. 누굴까?
슬이 오빠라면 한두 차례 만난 일이 있으므로 눈에 익은 모습이다. 그러나 청년은 전혀 낯설게 보였다. 적어도 오빠는 아니었다. 새로 생긴 슬이의 남자친구임에 분명하다. 바로 오는 직감이 그랬다. 슬이는 손가락으로 물속에서 놀고 있는 물고기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었다. 어찌 해야 하나? 나는 자전거 페달을 세게 밟아 빨리 달림으로 그 자리를 피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