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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2445054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11-10
책 소개
목차
1부 다문화, 다양한 우리
· 책거리
· 지혜로운 한국생활을 위하여
· 어머니는 사랑이다
· 막걸리 이야기
· 미역국을 끓이며
· 귀가
· 역지사지
· 지나는 소풍 중
· 소중한 아이들 1
· 소중한 아이들 2
· 돋보기를 들고
· 청출어람
· 다문화, 다양한 우리
2부 ‘문화’라는 이름으로
· 사계의 잔상
· 소 이야기
· 거미
· 엄마처럼은
· 우리 끝순이
· 복채
· 복만두 변천사
· 기억의 편린
· ‘문화’라는 이름으로
3부 눈치 약이 필요해
· 3번의 딜레마
· 개 팔자에 즈음하여
· 고양이가 은혜 갚는 방법
· 김밥을 추억하며
· 불구경의 대가
· 용서
· 엄마가 늙었다
· 휴대폰 분실기
· ‘욕심’과 ‘꿈’ 사이
· 밥 잘 사주던 예쁜 누나
· 눈치 약이 필요해
4부 10분의 풍경
· 변명 – 코로나 한 달
· 장례식
· 콩새
· 대파의 꿈
· 거짓말
· 아이는 힘이 세다
· 아랫집 부부의 신새벽
· 입덧
· 10분의 풍경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생님, 큰일났어요! 부모님이 경찰서에 갔어요.”
출산을 돕는다는 목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들어왔는데 인근의 냉동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암행경찰(?)’에 발각되어 모두 경찰서로 잡혀갔는데 아마 바로 추방될 것이라고, 출산한 지 석 달 겨우 지난 새댁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하는 내내 울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친정 부모들은 딸의 산후조리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들어온다. 임신을 하면 미리 들어오거나 출산 후 딸이 몸을 추스리면 농촌에서 일을 하여 돈을 벌기도 하는데, 돈을 손에 쥐어 본 것에 뿌듯함을 느껴 비자를 연장해가며 일을 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농사일을 하면 일당으로 8~10만 원을 받는데 자국에서 한 달을 쉬지 않고 일해도 월 30만 원을 벌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일을 하면 농촌의 모자라는 일손도 덜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수요와 공급의 일치가 맞아 떨어진다. 혹자는 인근 냉동공장에서 일을 하기도 하는데 비자의 목적 이외에는 모두 불법이라 이렇게 ‘암행 경찰’이 나오면 하루아침에 공항으로 모셔지기도 하고 거액의 벌금을 내기도 하며 사업자도 곤혹을 치른다.
사장님도 할 말이 있는 것은, 일손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놀더라도 힘든 일을 하지 않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외국인 노동자를 써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적법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출산 도움이라는 목적으로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법을 어기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맞는데, 법이 유독 약한 사람들에게는 예리한 칼날로 작용하니 지켜보는 이도 안타까울 때가 있다. 농촌에도 일할 사람이 없으니 결혼이민자나 그 부모를 환영하기도 한다. 결혼이민자의 부모라고 해도 40-50대 초반이 많고 육체적으로 하는 일이라 묵묵히 일만 하면 되니 굳이 한국어도 필요치 않다. 또 눈치가 빠르고 순박하다는 칭찬까지 듣는다. 이번 ‘암행 경찰’ 건은 생각보다 많은 벌금을 사위가 내어 주고 다행히 추방당하지는 않았지만 온 가족의 상심은 매우 컸다.
「지혜로운 한국생활을 위하여」 중에서
다문화가족 방문지도사는 ‘보람’을 찾기에 아주 좋은 일자리다. 한국말을 할 줄 모르는 외국인 새댁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와 임신·출산·자녀의 양육교육까지 광범위한 교육활동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지도사는 아이를 낳아 기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이다. 많은 수의 결혼이주여성은 결혼할 당시의 연령이 20대 초반이어서 방문지도사가 때로는 친정엄마의 역할도 해야 한다. 문화가 다른 이들에게 한국의 가족관계를 이해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사랑이다」 중에서
눈을 치워야 친구 집에 놀러 가지만 굳이 치울 필요는 없었다. 터널을 만들면 되었다. 친구는 우리 집으로, 우리는 친구 집으로 터널을 만들다가 중간에서 딱 만나면 큰일을 해낸 것에 감격했고 눈이 녹을 때까지 터널에서 놀았다. 또 친구 집 가다가 잃어버린 빨간 장화는 봄이 되어 눈이 녹고서야 찾기도 했다.
하루종일 눈밭에 구르다가 집에 오면 저녁도 먹기 전에 코부터 골더라고, ‘기집애가 머슴애들 가는 데를 하나도 안 빼고 쫓아다니더라’며 낼모레 환갑 되는 나를, 구순 바라보는 엄마가 슬쩍 눈을 흘긴다.
「사계의 잔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