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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284430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09-09-15
책 소개
책속에서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엠마 진이 물었다.
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왜 로라를 무서워해?”
콜린은 웃고 싶었지만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나는 그 애를 무서워하지 않아.”
“아니, 넌 무서워 해. 너는 로라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가 죽어서 눈을 내리깔잖아.”
“무서워서가 아니라, 로라가…… 너무 못되게 굴어서 그래.”
“그렇다고 로라가 너에게 상처를 줄 수는 없잖아.”
“아니야, 로라는 그럴 수 있어. 그 앤 정말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로라가 폭행을 저지르는 사람은 아니잖아.”
“넌 이해하지 못할 거야. 로라는…….”
콜린이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새로 산 신발을 신고 학교에 와도 절대로 예쁘다고 말하지 않는 아이. 감자 칩 봉지를 내밀며 “네가 먹고 싶은 만큼 가져가.”라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아이. 쳐다보기만 해도 주눅이 들어 콜린을 하찮은 벌레로 느껴지게 만드는 아이. 더 심하게는 존재감조차 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는 로라에 대해, 콜린이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아이가 로라와 친구가 되고 싶어 안달이었다. 로라에게는 이상하게도 그렇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콜린은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사실이 그랬다.
콜린은 풀밭을 응시하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난 정말 모르겠어.”
“너 혹시 침팬지에 대해 아는 거 있니?”
“침팬지?”
“침팬지는 사람과 닮은 점이 아주 많아. 침팬지의 세계에서는 몇 마리가 전체 무리를 지배하지. 이 몇몇의 지배자를 알파 침팬지라고 불러. 알파 침팬지들은 협박을 통해 무리의 지배권을 얻어. 이를 드러내거나 가슴을 두들기면서 다른 침팬지들을 위협해 통제권을 얻는 거지.”
“참 흥미롭다. 그런데 지금 왜 그 얘기를 하는 거야?”
“네가 로라를 알파 침팬지라고 생각하니까.”
“뭐? 우린 침팬지가 아니라 사람이잖아.”
“바로 그거야. 우리는 침팬지가 아니니까 아무리 로라가 협박하는 투로 말하고 위협적으로 행동하더라도 그 애가 정말로 우리에게 해를 끼칠 수는 없어. 우린 정글에 사는 침팬지가 아니라, 문명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이니까.”
“엠마 진, 네가 화장실에서 울고 있는 콜린을 보고 도와주려고 노력한 건 참 잘한 일이야.”
엄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
“콜린 엄마가 전화를 했어. 얘기가 길어서 다 듣기까지 네 번이나 통화를 했지. 정말 대단한 이야기더구나.”
“내가 쓴 편지에 대해서도 말했어?”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앞으로 참고하라고 하는 말인데, 아무리 좋은 목적을 위해서라도 편지를 위조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야.”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어. 오히려 나는 콜린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었어. 결과적으로 내가 콜린의 문제를 더 나쁘게 만든 거야.”
엄마가 엠마 진에게 다가갔다.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엠마 진.”
“난 항상 엄마 말을 잘 들어.”
엄마는 미소를 지으면서 엠마 진의 손 위에 엄마의 손을 얹었다.
“살다 보면 모든 일이 늘 우리의 바람대로 되지는 않아.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는 가끔 상처를 받고, 종종 울기도 해. 네가 경험한 것처럼…… 나무에서 떨어지기도 하겠지? 그런데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사실이야. 다음에는 같은 나무에 또 오르지 않을 테고, 만약 오르더라도 나무를 더 세게 붙잡겠지.”
엄마는 일어서서 냉장고에 붙어 있는 아빠의 사진을 조심스레 떼었다. 그러고는 엠마 진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빠 사진을 엠마 진 손에 쥐여 주었다. 마치 아빠가 사랑과 염려로 두 사람을 지켜 주는 것 같았다.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뭐였는지 아니? 물론 앙리 푸앵카레가 한 말이었지.”
엄마는 엠마 진의 머리카락을 넘기며 귀에 대고 속삭였다.
“우리는 논리로 증명하지만, 인생의 가능성은 마음으로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