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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284472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2-03-0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내 인생의 양탄자
2. 축구의 황제
3. 돈 호세
4. 점쟁이의 예언
5. 앙갚음
6. 걱정 없이 살기
7. 시장통을 거닐며
8.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는 법
9. 아이들과 양파에 관하여
10. 어려운 고객
11. 하이파이브
12. 금붙이
13. 얼마지요? 너무 비싸요!
14. 행운아 세이드
15. 두 명의 헤나 여인
16. 목각인형과 노인
17. 양탄자 사랑
18. 값 깎기 금지
19. 암탉과 해바라기에 관하여
20. 사업적 감각
21. 피의 무덤
22. 뒷마당 거래
23. 신선한 색깔
24. 보드카 혹은 과일 설탕절임
25. 모스크바를 위한 케이크
26. 쇼는 그냥 보고 즐기는 것
27. 유럽인들은 천사를 사랑해
28. 우산 민주주의
29. 모두를 위한 카페
30. 드디어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저 양탄자 값이 얼마라고 했죠?”
아닌데, 이게 아닌데. 값을 묻다니, 그럼 안 되는데……. ‘만약에’라도 안 되는데……. 아니, ‘만약에’인데 뭐 어때…….
“오늘 사셔야 합니다. 내일이면 가격이 올라가요. 내일부터 성수기로 접어들고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지요!”
“터키 화폐 리라의 인플레이션을 봐요. 수표가 결제될 때쯤이면 그 가치가 반 토막 나 있을걸요.”
맞는 말이다.
“남편분한테 꼭 허락을 받아야 합니까? 당신은 유럽 여성이 아닙니까. 유럽 여성들은 자기 결정권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옳다.
“신사분은 배짱 한번 두둑해 보이세요. 큰 사업을 하시나 봅니다. 갖고 계신 워크맨을 제게 파시지 않으시겠어요? 양탄자 값의 일부를 그걸로 지불하는 조건으로요.”
이만하면 이 양탄자 장수, 꽤 괜찮은 사람 같았다. 유창한 외국어에 약간 살집이 있었는데, 옛 터키 말에 ‘배 안 나온 남자는 발코니 없는 집’과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오이겐과 안나는 꼬박 다섯 시간을 그와 함께 보내고 밖으로 나왔다.
차가운 밤공기를 들이마시자 정신이 확 들었다. 그리고 양탄자 가게 안에 1천 유로와 워크맨과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놓고 나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대가로 두 사람은 지금 다 닳아 빠진(“닳아 빠졌다니요? 이게 바로 앤티크입니다, 앤티크!”) 기도용 동양 양탄자를 들고 깜깜한 밤, 빗속에 서 있었다.
“얼마지요?”
오이겐이 물었다.
가게 주인은 올해 점퍼 가격이 유난히 싸다며, 겨우 250유로밖에 안 된다고 했다.
오이겐은 웃으며 일어섰다.
“너무 비싸서…….”
“얼마를 예상하셨는데요?”
가게 주인이 말했다.
“40유로, 아무리 비싸도 50유로.”
오이겐이 말했다.
“50유로? 에이!”
가게 주인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농담도 잘하시네! 그런 가죽점퍼 있으면 내가 사겠소. 50유로는 안 돼요. 230유로, 그 이하는 안 돼요.”
“안 되겠네요.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니, 다음에 사지요, 뭐.”
오이겐이 아직도 시선을 떼지 못하는 형님을 밖으로 잡아끌면서 말했다. 그러자 형님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창피하게 왜 그래? 차를 얻어 마셔 가며 이것저것 다 입어 보고 그냥 갈 순 없잖아.”
“어차피 그냥 갈 수 없을 거예요. 자, 다음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고요!”
둘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가죽점퍼 파는 가게는 한두 곳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조금 전 가게에서 본 그 점퍼가 다른 가게에도 있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마치 마술을 걸기라도 한 듯 오이겐이 말한 일이 벌어졌다. 아까 그 가게의 어린 점원이 헐레벌떡 두 사람을 뒤를 따라와 불렀다.
“우리 사장님이 잘해 주시겠다고 다시 오시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