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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요리/살림 > 생활요리
· ISBN : 9788993265095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09-06-15
책 소개
목차
01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맛이 있다
맛의 기억, 멋의 기억
01 Delicious Recipe 대합조개전
계란말이 수련
02 Delicious Recipe 노다표 계란말이
양념 너머에 숨겨진 맛의 비밀
03 Delicious Recipe 소바가키
간 보기의 즐거움
밥이 가장 맛있다
훔치고 싶은 맛
04 Delicious Recipe 카포나타
길 위에서의 식사
05 Delicious Recipe 애플사이다
때로는 상투적인 맛이 위로가 된다
06 Delicious Recipe 도토리묵밥
고맙다는 말, 힘내라는 말 대신……
07 Delicious Recipe 풋고추덮밥
혼자만의 식사를 위하여
08 Delicious Recipe 갈릭 스파게티
식사 초대, 행복한 준비
09 Delicious Recipe 내맘대로 김밥
02 그 남자의 맛내기, 그 여자의 멋내기
다행이다
너와 나 사이, 그 대나무통주
10 Delicious Recipe 대나무통주
연애 실습? 요리 실습?
11 Delicious Recipe 떡갈비
냄새만 해물덮밥
12 Delicious Recipe 냄새만 해물덮밥
뭉개진 비빔밥은 싫다
13 Delicious Recipe 멸치쪽파비빔밥
봄눈 오는 날, 부암동에서
생활의 발견 혹은 방출
요리사 밥해주기
14 Delicious Recipe 동태내장전골
요리에도 인생에도 ‘칼 쓰는 법’이 중요하다
03 오늘도 우린 장보러 간다
봄날은 가고 마감은 온다
15 Delicious Recipe 쌈장 소스에 재운 삼겹살 구이
길에서 만드는 메뉴
요리사가 장 보는 법
Tip 좋은 재료 고르기
쪽파와 냉동고의 운명
Tip 알아두면 좋은 보관의 묘책
16 Delicious Recipe 냉장고 청소를 도와주는 나물비빔밥
요리사가 지옥에 가면 안 되는 이유
그릇과 음식도 제짝이 있다
Tip 음식 색깔에 따라 그릇 고르기
간장 1큰술의 비밀
맛과 멋의 사이에서
Tip 음식과 그릇의 나쁜 궁합
뻥튀기에서 분자요리까지
17 Delicious Recipe 캐러멜머랭네주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사람은 한평생 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고 한다. 한 사람의 입맛 속에는 어머니가 오랜 세월 선호해온 메뉴와 재료와 양념들이 DNA 인자처럼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입맛 속에는 분명 외할머니가 부엌에서 보낸 오랜 세월, 그리고 그곳에서 익힌 습관이 스며들어 있었을 것이다. 누구나 제 손으로 처음 음식을 만들 때는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간을 하고 맛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의 맛을 찾아내려 애쓴다. 그렇게, 누구나 처음에는 과거의 맛, 기억의 맛을 복원시키는 것으로 요리를 시작한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대합조개전이나 유난히 진하고 걸쭉하던 어머니표 곰탕의 특별한 맛을 조금씩 복원해가다보니 어느새 요리사가 되어 있었다.
- ‘맛의 기억, 멋의 기억’에서
계란말이 한 장을 멋지게 완성하기까지는 6개월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 후 불판요리를 모두 섭렵하기까지 또 1년 6개월이 걸렸다. 물론 그 시간은 모욕과 박대를 동반한 수련의 시간들이었고, 그것은 요리사의 맷집을 완성한 시간이기도 했다. 계란말이 수련을 통해 단순히 기술만 배웠던 것은 아니다. 그 시간들을 통해 나는 요리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음을 깨우쳤다. 일단 한 개의 징검돌 위에 올라서야 다음 돌 위로 건너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쉽게, 허투루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인 요리가 아니라 할지라도 손님의 젓가락이 가는 모든 요리에 최선을 다 바쳐야 한다는 것도 깨우쳤다.
- ‘계란말이 수련’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에게 그릇은 요리사의 레시피다. 요리사마다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듯 스타일리스트에게는 자신만의 그릇 사용법이 있다. 요리사가 닭고기와 부추를 결합할 것인가, 닭고기와 피망을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하듯 스타일리스트는 크리스털 접시에 린넨 조각을 깔 것인가 나무 받침대를 깔 것인가를 고민한다. 모든 작업은 이러한 고민의 과정이자 결과다. 타고난 감각과 반복되는 경험이 중첩되고, 거기에 끊이지 않는 고민이 덧발라지면서 푸드스타일은 발전한다. - ‘그릇과 음식도 제짝이 있다’에서
나는 밥집을, 상영 씨는 카페를 하고 싶었다. 내 가게를 갖는 것은 요리사와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살아오는 동안 우리 부부가 한결같이 품어온 바람이었다. 각종 잡지나 광고를 통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색다른 레시피를 개발하고, 매번 새로운 요리를 찾아나서는 일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이 일을 통해 나는 새로운 요리와 맛을 찾아나서는 탐험가로, 상영 씨는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나서는 탐험가로 살아온 셈이다. 그런데 그런 재미와 의미가 바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촬영이 끝나고 조명과 카메라가 꺼지고 난 뒤 식탁 위에 그냥 남게 되는 요리를 볼 때이다. 순전히 촬영용으로만 만들어지고 그리고 촬영용으로만 마감되는 요리를 볼 때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요리는 결국 누군가의 입에 들어가야 하고, 그 누군가에게 구체적인 맛으로 기억되는 것이야말로 자기소임을 다하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