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342840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9-01-25
책 소개
목차
제1장 을(乙)로서의 시작
0. Don`t give up ………… 11
1. 좀비 ………… 12
2. 무감(無感) ………… 13
3. 절망 ………… 16
4. 보일러 ………… 22
5. 오줌발 ………… 25
6. 다크서클 ………… 29
7. 현실과 계획 사이 ………… 32
8. 열정 페이 ………… 35
9. 전쟁터 ………… 37
10. 만만한 인생 ………… 40
11. 상경 ………… 44
12. 이력서 ………… 47
13. 구직 ………… 50
14. 인턴 ………… 52
15. 보조 출연 ………… 58
16. 여의도 ………… 66
17. 첫 직장 ………… 69
18. 욕망 ………… 76
19. 나만의 공간 ………… 77
제2장 희망고문
20. 고양이 ………… 83
21. 고시원 ………… 87
22. 온수 ………… 97
23. 어두운 터널 ………… 99
24. 작가의 꿈 ………… 102
25. 성공에 대한 믿음 ………… 108
26. 나는 흙수저 ………… 113
27. 부산 전포동 ………… 116
28. 사료와 연어 ………… 120
29. 장기 기증과 헌혈 ………… 124
30. 행복감 ………… 133
31. 세 친구 ………… 138
32. 평범한 이야기 ………… 140
제3장 간절함
33. 명확한 방향성 ………… 155
34. 역사 의식 ………… 158
35. 마포대교 ………… 163
36. 마이너스 인생 ………… 167
37. 생활비 ………… 172
38. 방청 아르바이트 ………… 174
39. 꿈 속의 여자 ………… 181
40. 고양이와 대화 ………… 183
41. 원고 ………… 202
제4장 신기루
42. 고양이 집 ………… 211
43. 동물병원으로 ………… 214
44. 가족 ………… 218
45. 팔자 ………… 220
46. 생명력 ………… 223
47. 살 기회 ………… 226
48. 특목고 교환학생 ………… 228
49. 파보 바이러스 ………… 231
50. 죽음 ………… 236
51. 오아시스 신기루 ………… 240
52. 술 ………… 242
53. 성경 ………… 245
54. 통화 ………… 247
55. 기도 ………… 252
56. 전화 ………… 254
57. 추억들 ………… 256
58. 재회 ………… 258
59. 성장 ………… 261
작가의 말
버텼던 시간들에 대하여 ……… 26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예상보다 돈을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6개월 정도 일했지만 당장 수중에 백만 원도 없었다. 월세 내고, 차비하고, 식사하고, 휴대폰 요금 내고, 최소한의 생활용품, 샴푸나 콘택트렌즈, 생리대 등을 사고 나면 나에게 떨어지는 돈은 없었다. 친구들과 커피 한 잔을 즐기는 것도 버거웠다. 신발 밑창이 구멍이 나 비가 새어도, 새 신발을 바로 살 돈이 없었다. 극도의 빈곤 상태였다. 그래도 조금씩 남기기 위하여 버텼다. 나날이 씀씀이는 줄어들었고,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단 벌로 계절을 나기 위하여 어두운 계통의 옷을 두 벌 정도 샀다. 한 옷을 입으면, 다른 옷은 세탁하는 식으로 번갈아가며 입었다. 신발은 오래 신어도 빨리 닳지 않도록 걸음걸이를 고치고 밑창이 두꺼운 것들로 골라 샀다. 디자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생리대 사는 돈도 의외로 많이 들었다. 밖에 나갈 때마다 하나씩 꿍쳐두었다. 친구 집 놀러가서 하나 빌리고, 일하다가 하나 빌리고 하는 식으로 모아서 사용하였다. 가끔은 찝찝해도 새지 않을 때까지 버텼다. 생활의 모든 것들을 참고 간소화해야만 버틸 수 있었다. 구질구질하였다. 내가 만약 여기서 책까지 포기한다면 너무 비참할 것 같았다. 책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책 살 돈만 월급에서 빼고, 매일 이를 앙다물고 버텼다. 억척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고양이가 죽었다.”
“뭐라고?”
“우리 집 앞에 찾아와서, 내가 밥 주던 고양이 두 마리가 죽었다.”
“그래, 안됐다.”
“근데 너무 슬픈 거 있제.”
“왜?”
“그렇잖아. 약한 존재잖아. 어떤 보호도 못 받고, 그렇게 죽어버리는 현실이 너무 슬프잖아.”
나는 전화기를 붙잡고 오열하였다. 지금껏 터지지 못했던 감정이 한 번에 폭발해버렸다.
“그렇다고 뭘 그렇게 우노?”
엉엉 소리를 내며 우는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엄마는 이야기하였다.
“맞잖아. 말도 못하는 동물이 사람 때문에 도시에서 사는데, 사람들은 보호도 안 해주고, 괴롭히기만 하고, 죽이기나 하고, 너무 슬프잖아. 그런데 심지어 아프기도 하잖아. 현실이 너무 잔인하잖아. 고양이들은 약하니까, 사람들이 보호해야 하는데, 전혀 안 그러잖아. 약자는 결코 보호받지 못하는 거잖아.”
감정에 북받친 나의 말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뱉어냈다.
“야야, 야야. 정신 차려라. 사람들이 더 불쌍하다. 고양이한테 쓸 돈 있으면 사람들이나 돕지. 화장시키고 뭐 한다고 40만원이나 쓰고 뭐하는 거고. 엄마한테 그 돈을 쓰던지.”
엄마는 동물에게 연민을 가지는 내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엄마는 모른다. 끊어라. 난 더 울 거다.”
하느님, 진짜 나한테 왜 이래요? 나한테만 왜 이래요? 내가 그렇게 싫으세요. 다 가져가잖아요, 항상 다. 내가 가진 것들을 몽땅 다 가져가시잖아요. 왜 그래요, 진짜. 꼭 그렇게 가져가야만 해요? 고양이들은 왜 데리고 간 거예요? 내 옆에서 누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꼴을 못 보시겠어요? 너무하신 거 아니에요? 왜 맨날 나만 몰아세워요? 안 그래도 힘든데, 힘들어 죽겠는데. 지금 살아 숨 쉬는 것도 벅찬데, 왜 나한테만 이래요.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잖아요. 그런데 고양이들마저 데리고 가면 난 누구랑 말해요? 누구한테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냐고요. 대답 한 번 해봐요. 한 번 해봐요. 들어나 보게. 하나라도 주셔야 내가 살 거 아니에요. 진짜 내가 죽기를 바라시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