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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489002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08-09-29
책 소개
목차
1. 어느 샌가 봄은 시작되어 있었다.
2. Pale Blue Eyes
3. 우리는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어요.
4. 나는 아직 겨울의 한 귀퉁이에 있어요.
5. 봄이 어떻게 시작되는 건지 아세요?
6. 이런 '나'라도 괜찮은가요?
7. 길을 찾기 위해선 다시 길을 잃어야만 합니다.
8. 남겨진 것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떠나는 사람
9.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돌아보지 않고도 내가 깨어난 것을 알았는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누구세요 라고 겨우 목소리를 내서 물었다.
“새로운 과대야. 네가 안 나온다고 해서 가정방문 왔지. 사실은 놀랬다. 자살이라도 한 줄 알았거든. 좀 어떠니? 아까 열이 많이 나서 정신을 약간 잃었던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돌아서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저 보통의 복학생 선배 같은 인상이었다.
“좀 내린 거 같은데. 아마도 영양실조까지 겹친 것 같은데. 내가 죽을 사다 놓았으니까, 어때 지금 먹을래 아니면”
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나는 지금 구린내가 나는 상태라는 사실이 번쩍 떠올랐다. 2주 동안이나 머리도 안 감았으며 이도 닦지 않았다. 어찌 됐거나 나는 그가 빨리 돌아가 주기만을 바랬다. 그는 설거지를 마치고 손을 허리춤에 쓱쓱 문질러 닦았다.
“그래. 괜찮은 거 같으니까 네가 먹고 싶을 때 꼭 먹고, 여기 약을 좀 사다 놨으니까 이따가 죽 먹으면 챙겨 먹고 알았지? 그리고 내일 학교에서 꼭 보자. 내가 더 있으면 네가 더 불편할 테니까. 그럼”
그는 그렇게 설거지 하듯 말끔하게 모든 상황을 종료시키고 가방을 들고 문을 안쪽에서 잠그고 밖으로 나가서 조심스럽게 닫았다. - 본문 중에서
이젠 구린내를 좀 벗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욕실엔 거울이 없었기 때문에 몰골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냥 옷을 전부 벗고 치약을 듬뿍 짜내어 칫솔에 묻혔다. 이를 닦기 시작하자 코끝을 맴돌고 있던 구린내가 사라지고 대신 상쾌한 민트 향이 채워지는 듯 했다. 나는 샤워기를 틀어 조금 뜨겁게 물 온도를 맞추었다. 그리고 샤워기를 통해 뜨거운 비를 맞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맑아지면서 뭔가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샴푸를 하고 린스까지 하니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숨어있던 벌레들이 그대로 씻겨 내려간 것만 같아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거품수건에 바디 클렌저를 듬뿍 묻힌 후 냄새야 사라져라 하고 문지르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뱃살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불룩하게 나왔던 배가 쏙 들어가 있었다.
가슴을 만져 보았다. 체구에 비해 비대하리만치 늘어져 있던 비계 덩어리는 모두 빠져 나가고 손에 딱 잡히는 아담한 사이즈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내 몸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대충 몸을 문질러 닦고 샤워로 씻어낸 후 긴 샤워수건으로 물기만 대충 닦은 후 두르고 방으로 갔다. 전신거울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는 실로 믿기 어려운 광경이 들어 있었다. 거울 속에는 2주전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하얀 샤워수건을 가슴부터 허벅지까지 덮고 있는 나는 턱 선과 목선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머리는 윤기가 흘렀다. 쇄골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고 어깨는 아주 좁아 보였다. 팔뚝은 어깨와 쇄골에 비하면 두꺼워 보였지만 그런대로 봐 줄만 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서서히 수건을 풀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