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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3506938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3-10-21
책 소개
목차
펴내는 글-왕따와 일진 4
1. 저승사자 가라사대
왕따의 추억 10
플레이보이와 꿀단지의 만남 26
인삼주 탈취와 맹구 43
에티오피아 셀라시아 황제 63
2. 뜨거운 눈물의 의미
대가리에 피가 마르면 죽습니다 81
여름날의 호접몽은 이루어질까 103
뜨거운 눈물의 의미 121
망자의 마지막 제자 124
3. 똥통 이야기
달아달아 밝은 달아 160
똥통 이야기 177
현저동 101번지 206
고수레 219
4.조개 섬
조개 섬 234
개허엄과 무인도 257
좀팽이 269
1969 28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6월에 접어들자 본격적인 더위가 몰려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 한가운데에 있는 펌프를 통해 식수를 비롯하여 집에서 필요한 물을 얻을 수 있었다. 펌프로 끌어올린 지하수는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듯했다. 덥다 싶을 때는 그곳에서 웃통을 훌훌 벗어 던지고 등목
을 했다. 그러고 나면 어지간한 더위쯤은 금세 물러나고는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동네 사람들에게 감로수를 공급하던 펌프가 비위생적이라며 철거되고 그 자리를 수도가 차지해버린 것이다. 펌프는 마중물만 있으면 언제든 공짜, 완전 공짜였는데 수돗물이 들어오자
가겟집에 돈을 내야만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얻을 수 있었다. 공짜로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상식이 깨지면서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해졌다. 달리 방도가 없었으므로 그 방식에 길들어 갔다.
수돗물로 바뀌자 양동이 하나로 물을 길어 먹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지게가 출현하게 되었다. 수돗물의 줄기가 어린아이 소변처럼 콸콸 쏟아지면 오죽이나 좋을까.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린 수돗물은 노인의 오줌발처럼 찔끔찔끔 나오기를 밥 먹듯이 하였다.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야 했다. 양동이 하나에 물을 받느라고 허비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새치기하는 얌체 같은 족속들이 나타났다.
펌프로부터 물을 얻을 때에는 물에서 인심이 났었는데 이건 영 개판으로 변질하여 엉망이 되었다. 걸핏하면 삿대질이 오갔으며 심할 때엔 욕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호래자식이니, 아비, 어미 없는 자식이니 하며 나이 든 사람은 젊은 사람을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그런가 하
면 물 받는데 위아래가 어디 있느냐며 핏대를 올려가며 개싸움 하듯 패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제까지 누려왔던 물 인심은 새빨간 거짓말이 되었다. 사람들은 물 때문에 원수처럼 변했다. 그래서 생겨난 게 지게였고, 심지어 물장수까지 등장했다. 수도의 등장은 문화의 혜택이 아니라 마을에 재앙을 가져온 화근덩어리였다. 그나마 비라도 오고 나면 가느다랗게 졸졸거리던 물줄기는 단방에 굵직하니 굵어졌다. 거기에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받아 허드렛물로 쓸 수 있었다. 사람들은 비 오는 걸 반가운 손님 기다리듯 학수고대하였다. 아이들 또한 어른들 만큼이나 비 오는 날을 손꼽았다. 비가 오면 마당 여기저기에 미꾸라지가 옴팡지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왜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는지 이유도 모르는 채 웬 떡이냐 싶어 세숫대야에 주워담느라고 법석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