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그 제자

이 희곡을 읽는 이에게 / 김장호… …………………………………………… 5
일러두기………………………………………………………………………… 9
서곡…………………………………………………………………………… 11
제1막………………………………………………………………………… 23
제2막………………………………………………………………………… 81
제3막………………………………………………………………………… 121
제4막………………………………………………………………………… 169
제5막………………………………………………………………………… 217
제6막………………………………………………………………………… 261
『스님과 그 제자』(개정판) 해설 / 김호성… …………………………………… 301

서 곡

죽는 자-어느 날의 환영幻影-

인간 (땅 위를 거닐며) 나는 태어났다. 나는 태어나 태양빛 아래서 대기를 호흡하며 살고 있다. 진실로 나는 살고 있다.
보라. 저 빛깔 고운 활 모양의 하늘을. 나의 이 맨발이 힘있게 딛고 있는 검은 대지를. 무성하게 자라는 초목, 날고 달리는 금수, 그리고 여인의 사랑, 아이들의 재롱, 아아 나는 살고 싶어라. (사이) 오늘에 이르도록 갖가지 슬픔을 겪어 왔건만 슬픔을 겪으면 겪을수록 이 세상이 더 좋은 것을. 아아 불가사의한 세상이여, 어찌 너를 놓칠쏘냐. 사랑스런 사바1여, 번뇌의 숲2에서 노닐고 싶어라. 천년만년 살고 싶어라. 영원토록 살고 싶어라.
얼굴 가린 자3 (나타난다) 너는 대체 누구냐?
인간 저는 인간이올시다.
얼굴 가린 자 그렇다면 ‘죽을 사람’이로구나.
인간 저는 살아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은 이뿐입니다.
얼굴 가린 자 또 거짓말을 하는군.
인간 저의 아버지는 죽었습니다. 아버지의 아버지도.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많은 이웃도 죽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죽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