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중남미여행 > 중남미여행 에세이
· ISBN : 9788993854756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14-04-28
책 소개
목차
서문 / 프롤로그
페루, 의심으로 만나 연민으로 헤어지다
두 얼굴의 리마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었다 / 황금도시의 전설, 꾸스꼬 / 태양의 선물, 잉까의 삶
‘성스러운 계곡’으로의 여행 / 마추 삑추에 서다 / 띠띠까까로 가는 길 / 부유하는 섬, 우로스
볼리비아, 천국에서 꾸는 세상 가장 가난한 꿈
호수 건너 ‘하늘 아래 첫 수도’로 / ‘평화’라는 이름의 도시, 라빠스 / 우리는 지금 우유니로 간다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 속을 걷다 / 사막에서 만나는 초현실의 세계 / 살아 숨 쉬는 지구를 만나다
칠레, 비 오는 사막에서 바람 부는 빙하계곡까지
아따까마 사막에 비가 내린다 / 아따까마를 탈출해 산띠아고로 / 오늘, 산띠아고는 흐림 / 허탕의 추억
발빠라이소, 그 천국의 계곡에서 / 남미 대륙의 끝자락을 밟다 / 신들이 사는 곳, 또레스 델 빠이네
아르헨티나, 남미에 있는 백인들의 나라
엘 깔라파떼, 축제가 시작됐다 / 차가운 세월의 매혹, 모레노 빙하 / 연기를 뿜는 산, 피츠로이
망각 금지, 부에노스 아이레스 / 비 내리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 땅고를 만나고 비로소 이 도시가 보였다
뿌에르또 이과수에서 박씨 총각을 만나다 / 이과수 폭포, 당신의 언어로 묘사하려 애쓰지 말 것!
브라질, 태양이 빛날수록 그림자는 짙어진다
태양의 도시, 리우 데 자네이루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아름다운
꼬르꼬바두 언덕의 예수상이 빛났다, 하루 종일 / 리우의 3일은 짧았다, 공항의 밤도 짧았다
쿠바, 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쿠바 땅을 밟았다 / 쿠바를 의심하다 / 체 게바라와 헤밍웨이 팝니다 / 비 오는 밤 아바나 재즈 클럽에서
혁명의 맛 / 한낮의 다이끼리, 한밤의 쿠바 리브레 / 관성을 거스르는 일 /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야
멕시코, 너의 눈물이 나를 부를 때
카리브 해의 어부들은 어디로 갔을까 / 이슬라 무헤레스, 그곳에는 마야의 여신이 산다
옥수수 인간들이 만든 세상, 스칼렛 해상공원 / 뚤룸 유적, 마야를 추억하다
신화가 된 문명의 세계, 치첸 잇싸 / 자부심 넘치는 아스떽의 수도에서 / 혁명의 배반, 벽에 갇힌 혁명
신들의 도시, 떼오띠우아깐 / 갈색의 마리아가 있는 곳, 과달루페 성당 / 메뚜기 언덕의 눈물, 차뿔떼뻭성
멕시코 고대문명 산책 / 오아하까에 취하다 / 오아하까에서 춤을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거리 곳곳에 걸린 대형 사진 속에서 웃고 있던 볼리비아 최초의 원주민 대통령 에보 모랄레스, 최근 3선 연임법안을 통과시킨 그는 과연 차베스식 혁명을 성공시키고 이 지겨운 가난의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그 자신 코카 노동자 출신으로서, 수백 년간 끈적하게 엉겨 붙은 식민화의 뿌리를 걷어내고 저 산꼭대기 사람들, 길 위의 사람들에게 존엄과 권리를 되돌려줄 수 있을까? 산기슭으로 번져 올라간 빈민촌을 바라본다. 슬픔인지 분노인지 고지대의 옅은 공기 때문인지 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온다. 좋아하는 여행가가 라빠스에 와서 말했다. “함부로 가난이 불행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가난해도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쉽게 말해서도 안 될 것 같다”고.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정권이 좌익 소탕을 명분으로 국민 대상의 ‘추악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약 3만 명의 지식인과 청년들이 실종되거나 살해됐다. 날마다 셀 수 없는 시신들이 계곡에 묻히거나 라 쁠라따 강에 물고기 밥으로 던져졌다. 모두가 공포에 질려 입을 닫고 굴종할 때 “산 채로 나타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이 광장을 돌았던 건 자식을 잃은 어머니들이었다. 30년 세월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 3시만 되면 흰색 스카프를 두른 어머니들이 이 광장을 찾아온다고 한다. 30년의 한결같은 기다림, 30년의 소리 없는 오열, 30년의 위대한 투쟁. 왜 남미에선 자꾸 우리의 역사가 보이는 걸까? 나는 어머니들이 30년 동안 이 광장에서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공원 한쪽의 잔디밭에 걸린 플래카드를 보며 깨닫는다. Prohibido Olvidar… Nos(잊지 마세요… 우리를)
박물관 앞 노천 시장에서 춤판이 벌어졌다. 뜨거운 태양 아래 멕시코인들이 춤을 춘다. 총천연색 향료가 팔려나가고 싸구려 또르띠야가 기름에 구워지는 가판 사이를 누비며, 허무하게 흩어진 혁명의 에너지가 춤을 춘다. 태양의 열기 속으로 휘발한다. 모든 혁명은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시작된다. 당연하게도 사랑이 식으면 혁명은 힘을 잃는다. 오래전 우리는 저마다 혁명가였다. 치기어린 착각이었지만 그대로 진지했다. 어느 시인이 “잔치는 끝났다”고 말했을 때 우리들 대부분은 면전에서 모욕이라도 당한 듯 얼굴을 붉혔었다. 그로부터 20년쯤 뒤, 고백하건대, 사랑은 식었다. 벽을 두드리며 외치던 것들은 철지난 패션처럼 처박혔다.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며 산다. 혹은 그럴 줄 알았다며 세상을 비웃는다. 무관심이든 냉소든 본질은 방관이고 결과는 공모다. 그러니 이대로라면 우리 삶에 혁명은 오지 않을 것이다. 세상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혁명을 앓았던 멕시코 사회가 제자리를 돌고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