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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964929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5-02-02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버르장머리 고쳐주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대통령 당선자 YS에게 진짜 혼쭐나게 보복을 당하고 1년쯤 흘렀을까. 어떤 자리에서 모 신문기자가 왕득구 회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회장님, 대선 치르느라 돈 많이 쓰셨지요?”
“뭐, 많이 썼다기보다 쓸 만큼 썼지.”
“돈 없애고, 스타일 구기고, 보복당하고…… 후회하지 않습니까?”
“후회를 내가 왜 해?”
“그래도 많은 표 차이로 낙선했으니까요.”
“후회는 내가 아니라 잘못 뽑은 국민들이 해야지. 만약 투표만 잘했더라면 아이엠에프 사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이튿날 오후 왕 회장은 신입사원 연수 때문에 강릉에 출장 가 있는 그룹 인사부장을 긴급호출, 예의 이력서를 건넨 다음 위엄 있는 목소리로 지시하는 것이었다.
“이봐, 이거 말이야. 어디다 적당히 끼워 넣어 봐.”
“어디다 끼워 넣으란 말씀이신지…….”
“합격자 명단도 몰라? 합격자 명단에 넣으란 말이야!”
눈이 휘둥그레진 인사부장이 이게 무슨 망발인가 싶어 왕 회장을 힐끔 올려다봤지만 소신에 찬 일당 독재군주처럼 더 당당히 일갈하는 것이었다.
“내 말뜻 아직 모르겠어?”
“알겠습니다. 그렇게 시행하겠습니다.”
“이력서 비치하고…… 그 명단에 이름 넣고…….”
“하지만…… 회장님,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는데, 시험점수는 어떻게…….”
“그런 건 당신이 알아서 적당히 할 일이야. 대신 등수는 너무 높이지 마. 중간점수보다 조금 더 내려잡아. 그리고 말이야, 사원연수 언제 시작했지?”
“이제 삼 일째입니다.”
“그래? 삼 일이면 아직 괜찮구먼. 이력서에 있는 전화로 급히 불러 가지구 말이야, 지금 당장 합류시켜. 알겠어!”
사우디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며 들이닥친 것이었다. 뇌물수수 현행범을 체포하러 출동한 것이었다.
“정 본부장, 어쩌겠나?”
왕 회장이 부들부들 떨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나 대신 뒤집어쓰고 들어가야겠어. 내가 뒤처리 잘 할 테니, 휴식하는 셈치고 고생 좀 해, 응? 서울 집이나 가족은 다 나한테 맡기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2년 6개월이었다. 정갑성이 2년 6개월을 꼬박 수감 생활을 하고 나왔을 때, 명광건설의 중동본부는 이미 철수하고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