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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155457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4-03-20
책 소개
목차
| 한국대표서정수필선 |
김종호
10 늦깎이의 도전과 행복
14 사랑의 열매와 영우
김지성
20 다산 생가를 찾아서
26 자산어보의 발자취를 찾아서
소재수
34 어느 노스님 이야기
39 소박하고 작은 양심선언(레몬에이드 이야기)
안영호
46 채움과 비움의 미학
49 가을 풍경화 같은 내 인생
안옥희
54 배알도 가는 길
58 토지의 산실을 찾아서
유임순
64 나의 정년 버킷리스트
73 나의 문학 등단기
윤강
84 변화하는 정신과병원
89 성꼬리 할배
윤송석
94 상주 곶감 이야기
99 상주의 명물 자전거박물관
정원영
106 꽃보다 고운 단풍
111 연리지목
최대락
118 아버지의 여린 마음은 늘 그 자리에
127 황순원 소나기 문학기행
| 한국대표서정소설선 |
방안나 136 안전지대
백시종 164 카페 다마스쿠스
송하춘 214 청량리역
이병렬 242 교수와 두목
이상길 292 설평선
저자소개
책속에서
늦깎이의 도전과 행복 / 김종호
나는 여사친 덕에 74세 나이에 늦깎이 문인이 된 대단한 행운을 얻었다.
“제72회 학생백일장 및 제31회 시민백일장 공모”
한국문인협회 여수지부가 주관하여 오랜 역사와 권위가 있는 공모이니 응모해 보라는 권유였다. 2022년 10월 초, 내게 이 역사적인 포스터를 카톡으로 보낸 분은 15년 전부터 지역사회 중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지성과 열정을 겸비한 분이다.
그간 나는 한 번도 백일장이나 문예 공모전에 응모해 본 적이 없었다. 평소에도 시인이나 작가들은 범접할 수 없는 다른 세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기에 실소하며 가볍게 넘겼다. 그런데 며칠 후 여사친이 찾아왔다. 나더러 가끔 신문 칼럼도 쓰고 연구 사례도 많이 한 걸 봤으니 한번 도전해 보라는 것이다.
내 버킷리스트에 언젠가는 회고록을 쓰겠다는 항목이 있고 ‘권하는 장사 밑지지 않는다.’는 속담도 생각나서 응모해 보겠다고 덜컥 약속을 하고 말았다. 한데 문제는 그 뒤다. ‘등대’라는 주제가 있어서 어떻게 주제에 맞는 글을 써야 할지, 무슨 얘기를 주 내용으로 뼈대를 잡아야 할지, 고민으로 한 주간 뇌가 멈춘 것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나의 등대’라는 제목으로 내 일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사람들을 산문으로 써서 제출했다. 보름이 지나 지방신문에 입상자 발표는 꿈에도 기대하지 못한 내 글이 ‘장원’이었다. 나보다 더 기뻐한 사람은 나를 강권한 여사친이었다. 나도 환호라도 지르고 싶은 기쁨을 내색하지 않으려니 힘들었다. 창작지원금과 한국문인협회장 상장도 받고 문인협회 여수지부 회원이 되는 특전도 얻었다.
다산 생가를 찾아서 / 김지성
늦가을 햇살을 받은 드넓은 팔당호의 물낯에는 다산 선생의 오랜 이야기가 묻어나듯 쉼 없이 윤슬이 반짝이고 있었다. 팔당댐 삼거리에서 공도교를 건넌 후 오른쪽으로 차 한 잔 마실 정도의 시간을 걷자, 갈림길이 나왔다. 갈림길에서 다시 오른쪽 길로 들어서자 양옆으로 때죽나무, 산벚나무, 꾸지뽕나무, 느릅나무와 칡덩굴, 머루덩굴이 우거진 좁은 길의 마재고개가 나타났다. 마재고개에 잠시 다리쉼을 하며 다산 선생이 한평생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이 길을 거쳐 한양 도성을 오갔을까 떠올려 봤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여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니,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삼척시 대덕산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정답게 어우러져 두물머리 나루터를 지나서 휘돌아 흐르는 곳에 강변 마재마을이 보였다.
마을 초입 길섶에는 들국화가 소담하게 피어 수줍은 처자처럼 가녀린 허리를 바람에 내맡긴 채 하늘거렸다. 들국화를 바라보자니, 문득 다산 선생이 남인계 선비들과 조직한 친목 모임인 죽란시사가 떠오른다.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 날씨가 서늘할 때 서쪽 연못에서 연꽃 구경을 위해 한 번 모이고, 국화가 피면 한 번 모이는데, 모일 때마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 등을 준비하여 술을 마시며 시를 읊었다.’라고 적은 죽란시사첩이 생각났다.
많은 사람들이 다산 정약용은 수원화성을 주도적으로 건설하고, 500여권에 달하는 저서를 남긴 강직한 인물로만 알고 있는데, 이렇게 계절마다 시와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멋스러운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기나 할까?
어느 노스님 이야기 / 소재수
근래에 들어서 전에 없던 습관이 내게 생겼다, 신문 읽기와 TV의 뉴스 보기가 전과는 달리 집중이 되지 않고 흥미가 없어졌다. 나는 올봄에 건강검진 차원에서 3년여에 걸쳐서 한 번씩 해오던 위내시경 검진 도중에 우연히 신장에 암이라는 괴물이 들어와 자리 잡고 있음이 발견되어 각종 검사 끝에 의사들의 도움으로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은 바 있다. 그 이후 수술이 대충 마무리되어서도 전과는 달리 후유증인 양 정서적인 피로감 같은 것이 나를 감싸고 있어 정신적으로 어떤 일에 대한 집중과 사고가 분산되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요즈음 신문의 경우는 정치한다는 패거리들이 국민들의 복지와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희 지역구의 경조사나 꼽아가며 다음 선거에만 관심이 있고, 썩은 고기 주변에 모여들어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으르렁거리는 승냥이 같은 꼴은 누가 독백처럼 말했듯이 “우리가 저 꼴 보려고 저 사람들 뽑아 줬나” 하던 말이 생각나게 하는 가관인 소식만 가득하니 신문이 배달되면 아예 통째로 뒤집어 놓고 뒤에서부터 넘기며 사설이나, 칼럼, 스포츠 기사들이나 대충 훑어보고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못 본 내용이 아쉽지도 않게 되었다. 특히 TV의 경우는 즐겨보는 프로라고 해봐야 스포츠, 우리가 젊었던 시절에 즐기던 소위 트로트 정도인데 그것도 요사이는 젊은이들의 알아듣기 어려움 속도 빠른 가락과 율동이나 반복되는 가사의 난해성이나, 괴성 때문에 외면하게 되고 가끔 그래도 세상 소식이 궁금하여 보는 뉴스도 요즈음은 시간만 되면 쏟아지는 살인 소식과 사건 수사 소식, 그리고는 잔인한 살인 경위를 늘어놓는 바람에 소름이 끼쳐 얼른 채널을 돌려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