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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4543895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0-06-22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며
한국인은 언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을까
775년 된 성 페트로 식당, 6대가 이어받은 물망초 식당
죽으면 영혼은 언제 육체를 떠나나
독일사회에서 사라져 가는 결혼식
아테네여, 델포이여, 친구여~ 영원하라!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슬픔과 기쁨이 왈츠 선율로
독일동포 2세, 3세의 성공과 행복
소주와 삼겹살, 코리안 패러독스
과격한 충돌 피하되, 무언의 요구는 영원히
간장병의 절망이 한국 간호요원 초청으로
내 나라는 독일, 내 조국은 한국
조건 없이 베풀면 받는다
한국과 유럽, 크고 깊은 문화충격
기억 속의 동유럽 공산권 친구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이 도나우 강가의 빈에서 개최된 국제외과학회에서 간 이식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1년 후 나는 본 대학병원의 400병상 외과에 근무하고 있는 100명 가까운 의사들 중에서 간 이식팀장 자리를 쟁취함으로써 간 이식을 유럽대륙 최초로 할 기회를 가졌고 간 분야를 평생 전공하게 됐다. 자부심을 가질 일이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로 인해 고국에 돌아가 살 기회가 멀어졌다고 볼 수 있다. 독일 땅에서 늙어갈수록 향수가 짙어져 가지만 하나님이 내게 준 길이었다고 오늘까지 그 운명을 감수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빈에서 만난 도나우 강은 나로 하여금 평생을 외국에서 방랑하는 집시로 만들어버렸다.
주위를 돌아보니 썰렁한 수술실의 차가운 불빛 아래서 나와 간호사만 남아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신체의 많은 부분을 남에게 줘버린 뇌사자의 몸을 봉합하면서 그 몸의 주인공이었던 영혼이 천당의 하나님 곁에 편안히 가 있기를 기도했다. 본 대학으로 돌아오는 헬리콥터 안에서 나는 다시 한 번 간호사의 말을 떠올렸다. ‘앞으로 신체 기증자에게 남는 게 없게 된다면 무엇으로 장례를 치르지요?’
그런데 장례는 무엇을 위해 치르는 것일까. 시체를 위한 것일까. 영혼을 위한 것일까. 그 영혼을 담았던 몸이 여러 갈래로 찢겨도 영혼은 편안하게 잠들 수 있을까. 이렇게 훼손된 시체의 묘도 풍수지리설에 따라 명당자리에 써야 하는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은 내 머릿속에 유교적 윤리관이 유럽문화의 거센 파도에 밀려 퇴조했음에도 아직 모두 없어지진 않았다는 것을 뜻했다.
북유럽은 겨울이 되면 해는 매우 짧고 밤은 매우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