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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94781600
· 쪽수 : 172쪽
· 출판일 : 2020-02-28
책 소개
목차
1. 섬마을 선생님이 되어
2. 봄꽃
3. 꽃게 잡으러 간 날
4. 왕 쥐가 나타났다
5. 훨훨 날아라 괭이갈매기
6. 해당화호
7. 연육교 준공식
8. 폐교 설명회
9. 가을 소풍
10. 도예가와 독서하는 소녀상
11. 은우와 알밤
12. 정원이 새 엄마
13. 마지막 졸업식
14. 참선 수련회
책속에서
어머니는 다 큰 어른인 정 선생님이 아직도 어리게만 보인다.
2월이라고 하지만, 바닷바람이 볼을 얼얼하게 만들 만큼 아직도 추위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렇지만 객실 안보다는 바다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갑판 위가 훨씬 좋았다. 긴 머리와 샛노란 머풀러가 바닷바람에 연신 나풀나풀 춤을 췄다.
“그래, 나도 어젯밤에 우리 엄마한테 들었어요.”
“나도 들었어.”
“우리 엄마는 밭에 갔다가 해당화호 옆으로 지나오다가 귀신 소리를 듣고 놀라 소쿠리와 호미도 집어던지고 집으로 달려왔대요.”
단발머리 경숙이와 겁쟁이 점숙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거들었다.
“일찍 왔으면 아침 자습이나 할 것이지,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릴한다냐!”
일기 검사를 하던 정 선생님은 관심 없다는 투로 말을 했으나, 은근히 아이들 얘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할머니! 고구마 다 쪘어요?”
은우의 숨찬 목소리에 방문이 삐꺽 열렸다.
“오메, 워쩐다냐. 벌써 점심 때가 됐뿌렀구먼. 고구마를 캐왔더니 힘들어 잠깐 누 워 있는다는 게 그만 깜빡 잠이 들어뿌렀네.”
이마에 끈을 질끈 동여 맨 할머니가 힘없이 대답했다.
“에이,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 되는데…….”
잔뜩 실망한 은우는 부뚜막에 있는 고구마를 씻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제서야 몸을 추스리고 밖으로 나왔다.
“지금 고구마를 쪄서 언제 가져가겠니. 내일 가져가거라.”
“내일이 소풍날인가요?”
골이 난 은우가 볼멘 목소리로 대꾸했다.
“에그, 누굴 닮아 저로코롬 고집이 세단 말이당가.”
할머니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부엌으로 들어섰다. 솥에 물을 넣고 대충 씻겨진 고구마를 앉히는 동안 은우는 아궁이 속에 넣고 불을 붙였다.
고구마는 생각보다 금방 익었다. 아침처럼 솥에서 푹푹 김이 나고 고구마 냄새가 났다. 솥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찔러보니 푹 들어갔다. 다 익은 것이다.
“얼른 싸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