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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5658048
· 쪽수 : 411쪽
· 출판일 : 2007-10-17
목차
독살의 아침
바람, 바람, 바람
역류(逆流)
바람과 물의 전설
큰 바람 소리, 통곡소리
흔적
술에 취한 궁전
잉태된 비극
늪
그치지 않은 반목(反目)
모략(謀略)
위기(危機)
새 시대가 열리다
간택령(揀擇令)
어둠 속으로
계책 속의 계책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음날인 음 7월 28일. 술시(戌時;하오 8시경)가 지난 궁 안은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달빛이 구름에 가려 주위가 어두웠다. 경희궁 담 밖으로 고양이 걸음으로 달려가는 이들은 제각기 검은색 경장(輕裝)이었고 등엔 장검을 차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아니 그들은 그보다 훨씬 많았다. 앞서 담벼락에 붙은 숫자가 좋이 스무 명은 돼 보였고, 뒤쪽에서 사주 경계를 펴는 인원이 그 정도는 돼 보였다. 또한 가장 뒤에서 경계를 펴는 자가 열 명 남짓이고 보면 쉰 명은 넉넉한 숫자였다. 그들은 일체 말이 없었다. 앞서 길을 인도하는 향도(嚮導)의 손짓 하나로 검은 복면들은 움직였다. 이곳까지 인도자는 홍상범이었다. - 본문 중에서
대답을 떨구고 나섰으나 밤이 오는 것이 두려웠다. 지난밤을 생각하면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사내 구실을 못하는 자신에게 그렇듯 요망한 징후가 생겼는지 모를 일이었다. 내의원에 들러 비방을 마련하려 했으나 말을 꺼내는 것이 남사스러워 별다른 준비 없이 다시 밤을 맞았다. 박상궁 뒤에서 잔뜩 허리를 구부린 채 귀를 곧추세우자 여인의 목소리가 병풍 위를 넘나들었다.
“전하, 사가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 있나이다.”
“그게 무슨 일이냐.”
“책사(冊肆)라는 이가 있는데, 이 사람은 고금의 시문에 능통하다 합니다. 생긴 허우대는 멀쩡하온대 하고 다니는 품새가 요망스러워 혼자 사는 과수댁이나 나이든 대감의 첩실들이 즐겨 불러들인답니다. 하여서 이름이 음란서생이라 하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