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젖으로 뜨는 달

제1부

그러나 당신은 13
가장 눈부신 날은 14
낙타가시풀에 대해 16
산다는 것 18
생의 힘 20
세상은 온종일 눈부시고 22
우리는 날 수 있을지 몰라 24
손바닥을 둥글게 펴 26
뿌리를 눈으로! 28
인생은 순간이 아니다 30
한쪽 젖으로 뜨는 달 31
펌프질을 하며 32

제2부

나는 예순셋이다 37
단풍잎을 줍다가 38
정적의 속살 39
부부 풍경 40
산적 여인 42
소금꽃을 노래함 44
우렁이 가는 길 46
청둥오리 떼를 보다가 48
할머니도 함께 합격! 50
화창한 날, 잠깐 눈 오시다 52
호박꽃 54
빈 것이 울 때 55

제3부

어머니의 자세 59
갠지스 강 60
둔황에서 62
바람난 실크로드 64
진흙 남자 66
두꺼비에게서 배우다 68
완성이란 70
체면도 이기는 것 72
콩나물의 힘 74
틈새 76
학원 창 밖을 보는데 78
흔들리면서 중심을 잡다 80

제4부

등나무 85
딸을 시집보내고 86
눈길 88
밥솥에서 뒷간까지 90
신용카드, 오빠 그리고 92
싱가(Singer)미싱 94
애너벨리의 시민아파트 96
시간도 비켜 흐르는 것 98
알아준다는 것 100
지워져 버린 열흘 102
<배 ㅅ 춍> 104
쇠똥구리처럼 106

작품해설 / 오철수 - 삶을 에워싼 지혜의 노래를 들으며 107

산다는 것

젖 먹을 때 아기는
뭐든 거머쥔다
엄마 옷깃이나
목에 걸린 목걸이라도
고 작은 주먹 으스러질 정도로 쥐고
온몸으로 힘차게 빤다
파란 실핏줄 비치는 양쪽 관자놀이
물고기 아가미처럼 빨락빨락 뛰며
꼴딱꼴딱 젖물 넘길 땐
내 몸도 한없이 따뜻해지니
영원이란 내가 너에게로 흘러 들어갈 때
뼛골 차오르는 소리로 들릴 때다
이때 눈이라도 맞추면 빵끗
저 형용이 없어 형용할 수 없는 흰빛
그 빛을 내가 보고
그 빛을 느낀다
하지만 이때도 아이 배냇머리 솜털은
송송 솟은 땀으로 홈빡 젖어 있었으니
필사적인 것이다 사는 일은
다만 잠시 너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너에게로 흘러간
웃음이 아름다울 뿐
아이는 다시 세상의 옷깃을
말아 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