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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6147527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슬픈 밥벌이
슬픈 밥벌이 | 집행관의 하루 | 헌 가게, 새 가게 | H빔 사연 |
착한 사람 | 교복 한 벌 | 살아간다는 것 | 딴 세상 | 설득 |
빨간 딱지 | 밥풀때기 | 집 지키는 아이 | 강아지풀 | 집주인의 눈물
2장 사노라면
삼 형제 이야기 | 찰거머리 인생 | 사노라면 | 할머니와 냉장고 |
마음 먹기 | 봉을 잡다 | 얌체 인생 | 마음의 자 | 꽃이든, 똥이든 |
과거라는 감옥 | 이별 이야기 | 일어서기 | 유치권을 아시나요 | 인생의 그늘 |
3장 똥배 집행관 이야기
천사의 집행 | 비둘기의 재난 | 불행한 바보 | 닭집 여자 | 야간 집행 | 두 토막 가게 |
기도하는 하루 | 오만과 편견 | 모욕 | 인생의 저울 | 세 가지 거짓말 |
보리문디 | 경마장에서 | 설악 회상 | 딱 하루 부자 | 문신 청년
4장 가시나무 인생
인생의 가시 | 부탁 유감 | 우중 집행 | 우정의 대가 | 마음의 칼 | 어떤 남자 | 금고 따기 |
나무에서 떨어지다 | 무표정 가족 | 인두겁 이야기 | 두 가지 시선 | 그림자 밟기 |
망치 우정 | 몽골 아주머니 | 가시고기 유감 | 어떤 상처 | 함정 | 불실본색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쓰벌 놈들! 어떤 놈도 내 차에 손 못 대!”공영주차장 한 귀퉁이에서 50대 초반의 남자가 버스 앞을 몸으로 딱 가로막고 버텼습니다. 그는 1억 원 상당의 돈을 주고 모 관광버스 회사 소속의 버스를 한 대 산 지입차주였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채권자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는 명의상 회사 소유인 지입차주의 허점을 이용해 남자의 버스에 가압류를 신청한 것입니다. “말기폐암 수술한 지가 엊그젠데. 내 차를 빼앗아가면 내 병원비는 어쩌고, 마누라하고 애새끼는 또 뭘 먹고 사냐! 야! 이 더러운 놈들아! 내가 진 빚도 아닌데 왜 내 차를 뺏냐고!”
나쁜 놈입니다. 정말로 나쁜 놈입니다. 그 버스 회사 사장인가 하는 놈 말입니다. 이보시게, 기사 양반. 내 말 좀 들어보시게. ‘처자식 먹여 살릴 피 같은 밥벌이 잘려 나가는 그 고통 내가 잘 알지.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라네. 지금 이건 가압류네. 가압류. 모든 것이 끝장난 게 아니라고. 여기서 이러고 넋놓고 있지 말고 퍼뜩 이의신청하고 사실 소유관계도 밝히고 법적 절차를 밟으시게. 어서 일어들 나서 소중한 밥벌이 지켜 싸우시게. 얼른.’ - 1장 '슬픈 밥벌이' 중에서
조그마한 거실 하나에 방 두 개가 붙은 좁은 공간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다 저는 그만 작은 문간방에 걸린 옷 한 벌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회색 벽의 대못에 걸린 옷걸이의 교복 한 벌……. 중학교 2, 3학년쯤 되었을 법한 소녀의 감색 저고리와 치마가 가지런히 걸려 있었습니다.
집행관인 제게는 서늘한 눈길조차 주지 않던 저 아주머니가 정성스레 빨고 다려놓았을 교복 한 벌이 가슴을 뜨겁게 만들더니 콧잔등이 시큰해지면서 눈시울마저 뜨끈해져버리고 말았습니다.‘에라, 이 사람들아! 그래서 부자가 됐어야지. 아니면 넉살 좋게 좀 비벼보기라도 하든가.’아주머니 코앞에 대고 하고 싶던 말이 혼잣말이 되어 입 속에서 구릅니다.‘누구도 아닌 자네들 딸을 위해서 말이야.’ - 1장 '교복 한 벌' 중에서
“당신들은 주인 허락도 없이 남의 집을 무단침입했습니다. 형법 제319조 1항의 주거침입죄에 의거해 징역 3년에 처해집니다!”휴, 오늘 저는 어느 삼 형제 때문에 식은땀 꽤나 흘렸습니다. 남의 땅을 20년간이나 억지로 점유하면서 그곳에서 구멍가게로 생계를 이어온 한 남자의 무허가 건물 철거를 지휘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구멍가게 주인의 세 아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나서면서 일이 복잡하게 꼬였습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분노 뒤엔 한없는 약함이 숨어 있다는 걸 아는 제 눈에 삼 형제의 들끓는 분노에 가린 슬픔이 함께 보였습니다. “둘째 아드님. 희망이라는 건 남의 땅에서 키울 수가 없는 겁니다. 척박하고 좁더라도 자기 땅에서 키워야 해요. 설사 남의 땅에서 키워냈다 하더라도 그건 모래 위에 지은 집이나 마찬가집니다.” - 2장 '삼형제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