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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97101122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0-08-20
책 소개
목차
제2장_ 우복동을 찾아서
제3장_ 낙사계와 상무계
제4장_ 용운정에 선 별들
제5장_ 매화는 만발하고
제6장_ 인연은 혼인으로
제7장_ 왕이 내린 이름
제8장_ 회령, 그 천리만산
제9장_ 천하는 공물이니
제10장_ 대병란의 조짐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무수는 꿈꾼 것을 그대로 아뢰었다. 임금은 무수의 말을 듣는 동안 연신 탄발을 내뱉으며 기이하게 여겼다. 무수가 말을 마치자 임금이 웃음 띤 용안으로 윤음(綸音: 임금의 말)을 내렸다.
“내 너와 똑같은 꿈을 꾸었으니, 이 어찌 드물고도 드문 일이 아니겠느냐. 여봐라, 내 저 한량에게 새로이 이름을 내리고자 하노라.”
둘러선 사람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를 내었다.
“전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승전내관이 지필묵을 옥안(玉案: 임금의 서안) 위에 갖추어 놓았다. 임금은 잠시 생각하더니 붓을 들어 써 내렸다.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기룡(起龍)’
신필(宸筆: 임금의 친필)은 웅장하고 위엄이 있었다. 임금은 쓴 것을 무수에게 하사하였다.
“너는 자후(自後: 이후)로 기룡, 정기룡이라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녹둔도의 새벽은 해가 밝힌 것이 아니라 갈대숲의 불길이 밝혔다. 이번에는 섬 전체가 불타올라 마치 팔열지옥을 방불케 하였다. 야인들의 궁려(穹慮: 막사) 200여 동이 다 탔으며 그들의 시체 수천 구가 불에 타 코를 막게 하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아군은 적호들을 참살(斬殺: 베어 죽임)하여 수급(首級: 벤 적의 머리) 수백 개를 노획(鹵獲: 전리품으로 얻음)하였고, 호마 수백 필을 거두어서 돌아왔다. 싸움이 그친 녹둔도는 불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어디선가 수만 마리의 갈까마귀들이 날아들어 높은 하늘을 날며 큰불이 꺼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기룡은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상투는 반쯤 풀어지고, 여기저기 찢어진 적삼 아래 피가 묻은 맨살이 드러나 있었다.
“만호 나리, 머잖아 나리의 억울함이 풀릴 것이옵니다. 부디 몸조심하소서.”
이순신은 기룡의 손을 잡았다.
“고맙네, 정 권관.”
“내 이 팔이 낫고 나면 그다음에는 아랫배를 찌를 것이다. 너와 똑같은 상처를 가지겠다는 말이다.”
“대장, 미쳤어?”
“애복아, 너는 못된 놈에게 행패를 당했을 뿐이야. 정절을 잃은 것도 아니고, 설령 박수영 그놈에게 정절을 잃었다고 해도 난 아무 상관없어. 몸을 빼앗기는 건 정절을 잃는 게 아냐. 마음을 빼앗겨서 변절을 하는 것이 정절을 내버리는 일이지.”
“난 변절한 적은 한번도 없어.”
“그러면 된 거잖아?”
“난 대장에 대한 마음이 조금도 식은 적이 없어. 그치만…….”
애복이 말끝에 이슬이 맺혔다. 무수가 간청하였다.
“그 마음만 가지고 우리 두 사람 앞으로 살아가자. 뒤는 돌아보지 말고. 응, 애복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대장이야.”
“나도 그래.”
“대장!”
“애복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