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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숨결

(Stand by Me!)

알리시아 (지은이)
  |  
로담
2012-04-12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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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책 정보

· 제목 : 숨결 (Stand by Me!)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319
· 쪽수 : 383쪽

책 소개

알리시아의 로맨스 소설. 스탠바이 미(stand by me). 서로에게 갈 준비는 모두 끝났다. 스무 살 이연수와 스물여덟의 강인욱은 사랑해서 결혼을 했고, 스물한 살의 이연수와 스물아홉의 강인욱은 이혼을 했고, 스물다섯의 이연수와 서른셋의 강인욱은 여전히 부부였다. 서로를 향한 숨결은 여전히 뜨거웠다.

저자소개

알리시아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출간작> 퍼펙트 골드 백야 애욕 지상의 낙원 고속주행 바보 숨결 계약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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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쾅! 쾅! 쾅!
그녀가 앉아 있는 칸막이 문을 인욱이 부술 듯이 두드렸다. 문의 경첩이 덜컹거리며 흔들리는 것을 보면서도 연수는 뚫어질 듯이 보고만 있을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이 문 열지 않으면 부순다.”
쾅! 쾅! 쾅!
인욱이 상처 입은 들짐승처럼 으르렁거리며 또 문을 두드렸다. 고뇌가 가득 담긴 눈으로 흔들거리는 문을 보던 연수는 영원히 숨을 순 없기에 변기에서 일어났다. 강인욱이라는 남자는 절대 폭력적인 남자가 아니었는데,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흥분하는 법이 없는 남자였는데, 도대체 그녀가 없는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쿵…….
손바닥으로 두드리던 강도와는 차원이 다른 세기의 강도가 문손잡이에서 느껴졌다. 설마 발로 찬 건 아니겠지? 또 한 번 크게 덜컹거리자 연수는 문을 열고는 씩씩거리는 인욱을 넋을 잃고 쳐다봤다.
“진짜 당신답지 않게 왜 그래요?”
“나다운 게 뭔데?”
“아, 몰라요. 하여튼 이러는 건 당신답지 않다는 건 알아요.”
그녀의 투덜거림에도 인욱의 살인적인 눈빛은 부드러워지지 않았다. 예전엔 언쟁하려고 치면 늘 피하기만 하던 그였는데, 오늘은 대체 왜 저러냔 말이다. 죽일 듯이 노려보는 인욱의 눈빛에 연수는 무섭기보다는 왜 그러나 싶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가 화장실까지 쫓아올 이유는 없었다.
“그러게 왜 도망을 가는데?”
‘뭐야? 바람난 부인을 잡으러 온 남편처럼 구는 건?’
마침 화장실에 들어오려던 여자들이 그가 있어 들어오지도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데도 인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의 생경한 태도에 중추신경이 저릿해 오던 연수는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이런 느낌은 또 뭐지? 잘못이 없는데도 그의 눈빛 하나에 뭔가 잘못을 한 느낌이 들었다.
“내 마음이에요.”
“명심해. 앞으로 절대 내 앞에서 등 돌리지도, 도망가지도 마. 알았어?”
“……?”
“한 번은 참을 수 있지만 두 번은 안 돼. 알았어?”
“……!”
연수는 화장실에 울려 퍼지는 인욱의 분노에 찬 일갈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듣기만 했다. 인욱이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런 것도 있지만 그가 이리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이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을 오해한 건지, 인욱이 칸막이 안으로 들어와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채어 흔들었다. 살벌한 말과는 다르게 그의 눈빛이 불안으로 흔들려 보이는 건 착각일까? 아니다. 검은 눈동자가 그녀에게 꽂힌 채 갈 곳을 잃고 흔들리는 게 분명했다.
늘 강하게만 보여 그에게 이런 눈빛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도 이런 눈빛을 가질 수 있는 남자였다니, 눈앞에 있는 남자가 진짜 그녀가 알고 있던 강인욱이 맞나 싶었다.
“알았냐고 묻잖아?”
“내가 왜 대답을 해야 하는데요?”
“뭐?”
“우린 이혼한 사람들이라고요.”
인욱이 눈빛 하나만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강렬한 체취를 뿜어냈다. 이 상황에서도 그녀의 가슴이 주책없이 떨려오자 연수는 그들이 상기해야 할 문제를 잊지 않고 꺼냈다.
“이혼을 혼자 하나?”
“어쨌든 난 지금까지 당신과 헤어졌다고 믿고 살았다고요. 내게 당신은 남일 뿐이란 말이에요.”
“남?”
“그, 그래요. 우린…… 남이란 말이에요…….”
그의 날카롭게 번들거리는 눈빛이 그녀에게 꽂히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은근슬쩍 곁눈으로 그를 살피며 말을 더듬었다.
“글쎄, 과연 우리가 진짜 남일까?”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응시만 하던 인욱이 바닥에 낮게 깔린 안개처럼 잔뜩 가라앉은 말투와 시선으로 그녀를 사로잡았다. 그의 눈빛이 야만스럽게 빛나는 걸 발견한 연수는 위험을 읽고 흠칫거렸다. 괜스레 그에게 휘말리지 않으려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무슨……?”
뒷걸음질친 연수는 인욱이 좁은 공간 안으로 완전히 들어와 달칵거리며 문을 잠그자 펄쩍 뛰며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그가 문을 잠그는 이유가 불순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여자의 직감에 빨간 등이 켜졌다.
설마, 아니겠지? 이리 급작스럽게 뭘 어찌하는 건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4년이라면 다른 여자가 생겨도 벌써 생겼을 시간이니 상상하는 그런 일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입으로야 얼마든지 남이라고 외칠 수 있겠지. 하지만 네 육체도 날 남이라고 느끼고 있는지 한 번 볼까?”
“설마…… 지금……?”
최대한 평정을 가장했지만 연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침을 삼켰다. 그와의 거리를 더 두려고 변기 옆쪽으로 바짝 붙어 섰는데도 위험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데 그가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왔다. 그녀의 심장이 격렬한 파도처럼 요동을 치며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야 네가 날 밀쳐낼 수 있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
“싫어요. 지금 내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다급하니 없던 용기도 생겨 그의 옆으로 빠져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인욱은 여유 있는 웃음만 흘릴 뿐 그녀를 간단히 제압했다. 당장에라도 그를 밀쳐내고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녀는 독수리에게 잡힌 어린 새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파득거릴 뿐이었다.
“무슨 짓이 아니지, 네가 날 잊었는지 안 잊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뿐인데.”
세상에, 이럴 순 없다. 그를 완전히 잊었다 자신할 순 없어도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리 바쁘게 사는 동안 그가 생각난 적이 없기에 잊었다 믿었다. 그런데 이리 그를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 4년의 세월이 물거품처럼 싹 사라지려고 했다. 이럴 순 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던 연수는 인욱의 양손에 얼굴을 잡히자 파들파들 떨었다.
그의 눈이 그녀를 태울 듯이 바라보았다. 순간 몸의 온도가 터질 만큼 상승했다.
“놔요…… 흐읍…….”
그의 손에 잡힌 얼굴을 빼낼 시간도 없이 연수는 끌어당겨졌다. 순식간에 인욱의 입술에 입술이 막혀 옴짝달싹도 하지 못했다. 그의 등을 두드려 반항했지만, 그는 화강암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 사이를 파고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으흑…….”
그동안 잊고 있었던 그의 감촉이 그녀의 몸속에 남아있던 무엇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순간 저 가슴 밑바닥에서 무언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연수는 이혼한 관계라고 말해놓고도 그를 느끼는 자체가 수치스럽고 당황스러워 온몸을 들썩거렸다.
그녀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사이 인욱은 그녀의 입술을 통째로 물고 삼켰다. 그의 입속으로 다 들어간 입술이 타액과 혀에 빨려져 익을 지경이었다. 콧속으로, 또 얼굴 위로 그의 뜨거운 숨결들이 비집고 들어왔다. 꽉 다물려진 입술 사이로 그의 혀끝이 힘차게 두드려대고 있어 언제 무너질지 몰랐다. 칼날 같은 그의 혀가 쑤셔댔지만 연수는 마지막 남은 이성으로 간간이 버텨내고 있었다. 입술을 열면 그에게 모든 것을 정복당할 것만 같아 너무 두려웠다.
“입 벌려.”
어떻게든 그에게서 벗어나려 가슴을 밀치던 연수는 양손을 인욱에게 잡혀 화장실 벽에 눌려졌다. 바짝 다가선 그의 혀가 그녀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번갈아가며 물었다 빨았다. 그의 격한 숨결이 얼굴 전체로 쏟아지며 인욱이 그녀에게 명령했다.
“싫…… 헙.”
화를 내며 거절을 하는 순간 인욱이 그 틈을 이용해 벌어진 그녀의 입술 안으로 헤엄쳐 들어왔다. 물 만난 그의 혀가 입 안을 꽉꽉 채우고 천장과 잇몸을 샅샅이 핥았다.
연수는 고개를 뒤로 빼고 안간힘을 쓰며 그의 혀를 피해봤지만, 그의 혀를 피하기에 입 안은 너무 비좁았다. 그의 남은 한 손이 그녀의 뒤통수마저 잡자 연수는 결국 그의 혀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인욱의 혀 돌기가 그녀의 혀에 오돌토돌 느껴질 만큼 비벼대자 벌어진 입술 사이로 뜨거운 신음을 뱉는 게 전부였다. 그녀의 혀를 옭아매어 끌고 나와 핥고 빨아대는 동안 연수는 놓여진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았다. 그의 강인한 입술이 그녀의 혀뿌리까지 밀고 들어와 얼얼할 만큼 세차게 빨아대는 통에 뒤꿈치가 저절로 들려질 지경이었다.
그녀의 입 안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뜨거운 타액들이 그의 입 안으로 넘어 들어왔다. 서로 연결된 입술 사이로 서로의 침을 받아 삼키느라 목울대가 쿨렁거렸다.
그녀가 채 삼키지 못한 타액들이 입술 밖으로 흘러나오자 당황스러워 고개를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그 찰나 그의 혀가 어미 개가 새끼 강아지를 핥아주듯 그녀의 입술 주위에 번진 타액들을 샅샅이 핥았고, 말캉한 그의 혀가 윗입술을 핥아 올릴 때마다 입술이 위로 밀쳐져 잇몸이 공기 밖으로 드러났다.
그의 혀가 위로 핥아 올릴 때마다 쩝쩝거리는 마찰소리가 너무 은밀해 연수의 눈빛이 탁해졌다. 이성이란 놈이 어디로 갔는지 이제 그의 애무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 힘들어했던 세월은 다 어디로 보냈는지 그의 유혹에 다 녹아버린 기분이었다. 분명한 건 지금 그녀의 육체는 그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그에게 닿은 육체가 그를 밀어낼 수 없을 지경에 처해 있었다.
그를 원하는 육체가 저주스러웠다. 얼마나 더 당해야 그를 원하지 않게 될까? 또 이렇게 그를 원하는 것이 너무 두려운 연수의 눈에 습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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