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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인형의 집

이기린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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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인형의 집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555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2-10-12

책 소개

이기린의 로맨스 소설. 얼음송곳위에서 춤을 추는 아름다운 소녀, 정서윤. 동생의 여자를 탐한 나쁜 남자, 최태준. 뜨겁게 아팠다. 끔찍하게 아팠다. 그럼에도 도저히 너를 포기할 수가 없어, 그것이 더 지옥이었다.

저자소개

이기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선인장을 껴안다를 데뷔작으로 이후 폭풍처럼가라, 이지원 납치사건, 열락의정원, 야수가 나타났다, 나의너, 달콤한 것들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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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샤워기 밑에 선 태준은 쓰디쓴 웃음을 지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그가 느꼈던 갈증은 그 후로도 오래도록 그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가장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준비한 아주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그러니 다른 여자는 다 가져도 되지만 그녀 하나만큼은 가질 수도, 가져서도 안 되는 거였다. 희철 옆에서 그녀가 바싹 마른 화초처럼 되어가더라도.
어머니는 타인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오만함, 지고는 못 사는 승부욕, 때때로 피도 눈물도 없을 정도로 칼 같이 냉정한 면까지 골고루 갖춘 전형적인 성공한 사업가였다. 그리고 한 발짝 뒤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굴고 있었지만 태준 역시 어머니를 그대로 빼닮은 그녀의 아들이었다.
‘주기 싫다. 빼앗고 싶다.’
그게 그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게 불쌍한 동생의 아내가 될 여자라 할지라도.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걸어 나오던 태준은 거실 복판에 선 서윤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우뚝 멈췄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투명하리마치 새하얀 피부에 허리는 한 손으로 움켜잡을 수 있을 만큼 가늘었다. 그 살결에 대비되듯 새까만 거웃이, 물처럼 흐르는 날씬한 두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다. 창을 통해 비쳐드는 주홍의 노을이 그녀의 몸에 얼룩져, 마치 꿈처럼 아름다웠다. 미처 가두지 못한 갈망이 꿈틀거렸다.
“너 뭐야!”
그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으르듯 물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섰다. 머리를 털던 수건을 확 펼쳐 그녀의 몸 위에 둘렀다. 앙상한 어깨뼈는 새처럼 애처로운데 작은 얼굴속 눈은 빛나는 자존심으로 반짝였다.
“나 가지고 싶다고 했죠? 그럼 가져요. 줄게.”
어이가 없다는 듯 한쪽 입술까지 끌어올려 코웃음을 쳤지만, 그의 뱃속에 도사리고 있는 음험한 야수가 기쁜 듯 포효하는 것을 그도 느끼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그의 맨가슴과 그 아래 불룩한 바지 섶에 닿자, 기름을 부은 것처럼 온몸이 뜨거워졌다.
“나를 유혹해 복수라도 하겠다는 건가?”
쓸데없이 말 한마디를 보탠다.
“내 마음이 중요해요? 말해 봐요. 당신은 굉장히 바쁜 사람이 아니었어요? 여기는 따로 사람을 보냈어도 될 일을 왜 직접 왔어요? 그 늦은 밤에 이곳까지 내려오면서 당신은 뭘 기대했나요?”
도화선은 이미 드러나 있었다. 다만 그 도화선에 불을 붙일 작은 불씨 하나가 필요했을 뿐이다.
“넌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몰라.”
“아뇨, 아뇨. 너무 잘 알고 있어요. 나는 내일이면 다시 그 숨 막히는 집으로 들어가야 하고, 몇 달 뒤에는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을 해야 하죠. 더 이상 발레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르구요. 그럼 도대체 나한테 지금 남은 건 뭐가 있나요? 타인에 의해서 내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려야 한다면 차라리 이쪽이 나아요.”
“그래서 네가 얻는 건?”
“당신이 나를 그 숨 막히는 집에서 벗어나게 해줘요.”
“나한테 내 동생의 여자를 빼앗아라?”
그의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그녀를 떨게 했다.
“싫어요?”
여기까지 오는데 그녀에게 남아 있는 모든 용기를 끌어 모았지만, 날카롭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엄한 눈과 마주치자 뱃속이 딱딱해질 정도로 긴장이 됐다. 서윤은 뒷걸음치지 않기 위해 주먹을 꽉 쥐었다.
늘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던 머리카락은 그의 이마 위에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었다. 금욕적이고 딱딱한 양복 속에 숨겨져 있던 넓고 단단한 가슴과 쇠사슬처럼 긴 팔이 드러나고, 배에서 시작한 검은 털이 느슨한 검은 면바지 아래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의 중심이 바지 위로 불룩한 것도 보았다.
“싸우라고 한 건 그쪽이에요.”
서윤은 곧장 팔을 뻗어 무작정 그의 두터운 목을 끌어안고 매달렸다. 제멋대로 힘껏 입술을 부딪쳤다.
“읏!”
의욕만 앞서 그의 치아와 세차게 부딪쳤다. 짜르르 울리는 통증에 눈을 뜨자 그의 입술에 고인 피가 보였다. 아무래도 그녀가 그의 입술을 찢고 만 것 같았다. 그는 미간을 구긴 채, 혀를 내밀어 자신의 입술을 핥았다. 가늘게 뜬 눈이 그녀의 생각 모두를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후회할 거다.”
“후회할 건가요?”
뒷목에 그의 손가락이 닿는 게 느껴졌다. 아, 하는 순간 상체가 뒤로 홱 젖혀지며 거칠게 입이 벌어졌다. 맞닿은 그의 입술이 너무나 뜨거워 온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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