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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968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3-10-25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물끄러미 그녀를 보던 지원이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챙!’ 손가락에서 힘없이 빠져나간 숟가락이 아래로 떨어지며 그릇에 부딪쳤다. 나예가 고갤 들었을 땐 지원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히 자리로 돌아갔다.
“서지원, 밥 먹고 있던 중이거든?”
나예의 조용한 항의를 아랑곳하지 않고 지원이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제 뜻대로 될 때까지 지원이 얼마나 집요해지는지 잘 알고 있어서 나예는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가 주었다. 지원은 순순히 끌려 온 나예를 무릎에 마주 앉히고 허리를 감싸 안았다.
“같이 살까.”
그렇게 묻는 말투가 진지했다.
“왜?”
돌아오는 질문이 담백해서 지원은 장난스레 대답했다.
“좋으니까.”
“내가 왜 좋은데?”
“얼굴 예쁘고, 분위기 내 취향이고, 김밥 만들려고 계획한 주제에 김은 까먹고 안 사오는 점이 은근히 빈틈투성이고, 그러면서 실수 인정하기 싫어서 재료 모두 섞어서 볶음밥 만들어버리는 자존심이 귀여우니까?”
나예가 충동을 못 참고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리자 지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또다시 그에게 놀림 받은 것에 약이 올라 지원을 흘겼다.
“엉뚱한 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그녀는 무뚝뚝하게 타박을 주고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지원에게 단단히 붙잡힌 상태라 옴짝할 수 없었다. 어서 놓으라는 의미로 팔을 툭툭 건드리는데 지원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되레 나예의 손목마저 잡았다.
넉넉히 잡힌 가느다란 손목으로 인해 지원의 가슴이 술렁거렸다. 그녀로 하여금 매 순간 새로운 감정을 깨달아갔다. 고작 마른 팔을 보면서 애달픔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곤 이전엔 상상도 못했다. 만일 한 달 전에 누군가 이 말을 해주었다면 지원은 그 상대를 비웃었을 것이다.
“같이 살아. 집도 주고, 무용도 시켜주고, 원하는 거 해줄게.”
“그거 호구나 하는 짓이야.”
“웰컴 투 호구월드인가?”
“뭐가 좋다고 실없이 웃어?”
“같이 살자. 혼자는 쓸쓸해.”
“넌 안 쓸쓸하잖아.”
“아니, 외로워죽을 것 같은데? 네가 외로움 알게 했으니까 책임져.”
나예는 낮게 혀를 내두르더니 그의 옆통수를 주먹으로 툭, 쳤다. 팔이 풀린 틈에 그녀가 서둘러 자리로 돌아왔다.
“네가 뭐라고 다 해준대. 그런 말하지 마. 저도 아직 보호자 동의 없이는 핸드폰 개통 하나도 할 수 없는 미성년자이면서. 그런 거 별로야, 그런 말은 네 명의로 핸드폰 개통할 수 있게 된 뒤에나 해.”
“몇 개월 뒤면 가능한데. 그럼 그때까지 승낙 유보해둬.”
“내가 왜?”
“그럼 언제쯤에나 같이 살아주려고?”
아무런 보장 없이 너무도 당연하게 미래를 얘기하는 지원을 보며 나예는 어색하고 낯선 기분이 들었다. 그건 잔잔한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나예는 애써 평상심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비켰다.
“너 하는 거 봐서.”
이런 마음을 들키고 싶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