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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7348121
· 쪽수 : 275쪽
· 출판일 : 2012-12-20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한계를 벗어나 앞서 달리는 자는 언제든 나타난다. 숨은 턱에 차고 발은 꼬이고, 이기려면 발을 걸거나 옷자락을 낚아채 끌어내려야 한다. 발밑의 것들은 미리미리 추락시켜 놓아야 한다. 신경 곤두서고 예민해지는 일이다. 미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함께 사는 방법이 있기나 했는지 기억도 희미하다. 세상의 가치는 정신없이 변하고, 무엇을 버리고 잡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어른들이 이럴진대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 내게도 가능하다. 입장은 한순간에 바뀐다. 내가 처하지 못할 입장은 없다.
(……)
구르는 돌은 그저 풍경이다.
바쁜 행인의 걸음에 차이는 돌멩이는 조금 귀찮은 쓰레기다.
그러나 그것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돌부리는 내게 현실이 된다.
돌멩이는 돌멩이일 뿐인데 말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누구 없어요? 거기 누구 없어요?”
나는 놈이 종일 부르짖었을 속울음을 놈의 귓속에다 절절하게 불어넣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나는 그 누군가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었다.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내가 주변이라고 알았던 것들은 멀어졌다. 세상을 향한 두드림은 결국 내 연한 가슴을 때려 단단한 벽을 만들었다. 그 벽이 가둔 건 내 영혼이었다.
(……)
“엄마가 뭘 알아요? 모르면 그냥 계세요.”
형은 맹수처럼 튀는 눈빛을 누르지 못했다. 엄마가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아니, 뭘 잘했다고 쏘아봐? 저러니 선생님이 야단이시지.”
“지들이 뭘 알아요? 미쳤어요. 제가 왜 수업시간에 교실을 나가게요? 알아나 봤어요? 모르잖아요!”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알아야 해결을 하든 말든 할 게 아니야”
형은 방문을 닫아걸었다.
“씨발! 죽어봐라. 니들은 몰라!”
형은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등지느러미까지 너덜너덜 떨어져 나갔는데 그 떨어져 나간 조각들이 보이지 않았다. 균형이 잡히지 않아 한쪽으로 기우뚱 기울어진 붕어는 힘없이 흔들렸다. 그때였다. 흔들리는 지느러미 곁으로 빨강 붕어가 다가갔다. 그러고는 너덜거리는 붕어의 눈을 쪼아대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주먹으로 어항을 마구 두드렸다. 이럴 수는 없었다. 어쩌자고……. 먹이를 받아먹던 귀여운 아가미였다. 아무도 모르게 친구를 물어뜯는 깡패일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