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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44590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5-09-23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폴짝인입니까? | 지푸라기의 시 | 만져도 될까요? | 고비의 당신 | 푸른 닭 언니네 | 산골, 폴짝인들 | 달 봐요 파티 | 폴짝, 초원에서 | 평평으로 | 시인이 책날개를 접고 나비들 꽁무니를 따르는 이유 | 달 봐요 | 빈 배로부터 | 가을 강에 떠가는 나뭇잎 배로부터 | 한 마을의 시가 태어나는 자리 | 행복의 기원 | 찬란, 소녀들 | 어떤 날 | 새야
2부
손을 보는 슬픔 | 시간의 창조자 | 환삼덩굴의 노래 | 미륵의 고독 1 | 미륵의 고독 2 | 상사화로부터 | 벼랑 끝 나무로부터 배운 운명론 | 밤의 여로 | 너무 마음 끓이지 마요 | 시인은 이쪽에 한 청년의 꽃잎을 놓을 텐데 | 아무도 아닌 자의 장미 | 달 봐요 2 | 늑대 발목 | 독각, 또각또각 | 겨울나무에 얼음세포가 자라는 이유 | 무화과 | 글라스하모니카를 위한 아다지오와 론도
3부
축 생일 | 엄마 | 엄마의 배꼽 | 시에 나오는 사람 | 여명 | 아버지라는 시대 | 망백 | 자존 | 구름을 기르겠습니까? | 완경기 | 우리 쑥 캐러 갈까? | 초희 생각 | 밤이 치자나무 잎사귀 곁에서 속삭인 말 | 거대한 착각 | 잘 익은 복숭아 한 알 | 축 생일 2 | 겨울 숲에서 배운 것 | 환절기
해설
세 개의 세계, 하나의 선 · 박수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작은 씨앗 하나였던 적이 있고
햇살을 쌓아 유록빛 몸을 만든 적이 있고
한 줌의 낟알을 길러 누군가에게 조금 먹인 적이 있고
서리 깔린 들판 위 노을에 물든 적이 있고
나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자그마한 부리와 날개로 커다란 뻐꾸기를 기르는 걸 본 적이 있고
비바람에 젖은 어린나무의 가느다란 등줄기를 닦아주고 싶어 한 적이 있고
[······]
그리고······
그리고······
한 소년의 손아귀에서 뜨겁게 뛰는 심장이었네
강물을 떠도는 삶이 어쩐지 싫어져
나는 왜 하필 여기 떨어진 지푸라기일까 생각하던 때였지
온 힘을 다해 소년을 떠받쳤네 지푸라기일 뿐이지만
무지개······ 무지개 같은 심장이 되어주고 싶었지
물을 토해낸 소년이 구급차에 실려 떠난 뒤
아득한 마음 강둑에 누워
내가 소년을 구한 것이 아니라
소년이 나를 구했다는 걸 알았지
그리고······
그리고······
바람이 부네
―「지푸라기의 시」 부분
작은 동그라미를 좋아해
중심이 없는 작은 모임들을 좋아해
달로
달로
씨앗을 심고
노래를 하고
달 달 무슨 달 씨앗처럼 둥근 달
[······]
가까운 곳을 들여다보면서
우주를 유영하듯 커지는 것도 좋아해
아주 조금만 가지고도
달로
달로
달을 꿀꺽 삼킨 듯 몸속이 환해지는 것도 멋지죠
달 봐요, 당신
당신, 달이 보니
달 달 무슨 달 당신처럼 둥근 달
―「달 봐요」 부분
산길을 걷다 고라니를 만난 적 있다
나와 눈이 마주진 순간 그이는
커다란 빛 방울처럼 튀어
숲으로 사라졌다
그때 보았다
뒷걸음질 쳐본 적 없는 짐승의 온몸이 어떻게 시간이 되는지
―「시간의 창조자」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