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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야기
· ISBN : 9788997454471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펴내는 말 ・4
살인의 추억 _ 살인을 추억하다 시대를 조롱하다 ・10
신세계 _ 악을 차용한 선, 그 이상한 공존 ・24
공동경비구역 JSA _ 우화는 사라지고 바람만 남았다 ・36
남자가 사랑할 때 _ 사랑보다 슬픈 기억, 눈물보다 진한 독백 ・50
자유의 언덕 _ 비현실의 현실감 데자뷔 속 자메뷔 ・64
실미도 _ 섬은 홀로 남아서 외롭게 견뎌낸다 ・76
관상 _ 외로운 섬 아닌 섬, 청령포 바람결에 실려 온 피 냄새 ・88
달빛 길어올리기 _ 자유와 구속 두 가지 욕망의 변주 ・102
여행 _ 배창호가 떠나려 한 그 바다가 보고 싶다 ・114
친구 _ 풍광, 사투리, 지역정서까지 부산은 모든 게 영화가 된다 ・126
봄날은 간다 _ 상처받지 않으려 상처주는 게 사랑이다 ・140
경주 _ 고도의 무덤 앞에서는 사랑도 권력도 바람이다 ・150
지슬 _ 우리는 아직도 원시림에 갇혀 있다 ・166
이재수의 난 _ 편입을 거부하는 섬 앞오름에 오르다 ・178
남부군 _ 지리산에 스며 있는 원혼의 역사 ・192
택시 운전사 _ 광주, 우리는 아직도 부끄럽다 ・206
박하사탕 _ 돌아가야 할 곳 돌아가서는 안 될 곳 ・222
곡성 _ 우리만 모르는 우리 안의 악마 ・234
쿠바 한국영화제 _ 영화, 쿠바를 가다 ・248
도쿄영화제 _ 영화, 도쿄를 가다 ・280
선댄스영화제 _ 영화, 솔트레이크를 가다 ・292
저자소개
책속에서
생각해보면 봉준호는 자신의 영화를 통해 늘 시대를 얘기해왔다. 어떤 때는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쫓는 척, 어떤 때는 한강 속 괴물의 존재를 쫓는 척, 또 어떤 때는 ‘엄마’를 등장시켜 살인 용의자로 몰린 아들을 대신해 진짜 살인범을 쫓는 척하며 사실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사회의 혼란상을 기록해왔다.
그의 영화는 그래서 늘 정치적이지만, 그걸 꿰뚫어 보는 사람만 알게끔 만드는 영민한 재주를 선보여왔다. 빙글빙글 웃음을 숨긴 채 봉준호는 지금껏 한국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존재들을 조롱하고 비판해 온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상인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조차 잘 몰랐다.
영화 '괴물'을 복기해보면 그 같은 의미를 오프닝 장면부터 알 수 있다. 영화의 시작은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한강으로 투신하는 장면이다. 온통 우중충한 잿빛 하늘이 앙각仰角으로 넓게 펼쳐지고 남자가 뛰어드는 찰나가 후면 풀숏full shot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남자가 한강의 괴물이 됐을까. 괴물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이상변종의 생물체일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우리 사회가 괴물 자체일지도 모른다고 봉준호는 갈파한다.
_'살인의 추억'
인생은 늘 반복적이기 마련인데 반복할 때마다 잘못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내가 어디 있고, 또 누구와 함께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한다. 북촌에 서 있으면 마치 우주평행이론을 체험하는 듯 과거의 내가 현재와 미래의 나와 조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북촌은 언덕이 아니다. 그럼에도 홍상수가 이곳을 자유의 언덕이라 한 것은 사람이라면 진정 자유롭게 언덕을 오르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뼛속 깊이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바로 거기에서 예술이 만들어지고 진정한 삶의 방식이 마련된다는 것, 내가 자유로워야 다른 이들도 자유로울 수 있음을 깨닫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화 '자유의 언덕'과 서울의 북촌이 전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북촌에 가면 자유가 있다. 잠깐이나마 그 기분을 만끽해보시라. 삶은 종종 진정한 휴식이 필요한 법이다.
_ '자유의 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