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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581207
· 쪽수 : 120쪽
책 소개
목차
제 1 부
초승달 아래에서 우화羽化하고 있다
타래난초
일출
사금파리 빛 눈 입자
뼛국
살을 태운다
자갈금을 지나가다 갈대에게 하는 언약
남해열차
사의재四宜齋에서 다산 초당으로 들다
손가락으로 난蘭을 친다
눈은 분봉分蜂하듯 날리고
겨울 밤 커피 한 잔
기러기 비창悲愴
장독에 호박꽃 피다
빙어氷魚
신발 끄는 소리 담으며 별은 떴다
갈대 곱사춤
망초꽃길
유월
작두 샘 등물
제 2 부
그대 마을을 바라보네
봄앓이 그리움
들길을 걷다
송이도松耳島 에서 초분草墳을 보다
병실에서 바라보는 첫눈 풍경
겨울 텃밭에 양파를 심다
움
빙어氷魚 2
동진강東津江에 떨어진 별 가락지
나 그대 곁에 오래 머물러 있다
2013년 1월 20일 새벽
새벽길
물잠자리
쥐 발자국 그리기
그리움 갈이
손 씻기
제 3 부
새가 앉았다 날아간 나무만이 숲을 얘기할 수 있네
제 4 부
첫눈
깨꽃
언덕 밭
허공에 방류하는 치어穉魚
순수시를 쓴다
휴가
가을 졸음
허수아비 처세
어떤 봄날
겨울 강
여름 마루에서의 낮잠
화엄華嚴
어깨뼈도 섬처럼 어둠에 묻힐 그리움
발문(이규배 시인) 진정眞情의 박실樸實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서
어머니는 나에게 시를 쓰게 하시고 가셨다.
바다와 하늘과 나무와 새들,
어머니는 내 살아 바라보는 것들을 통해서 나에게 말씀하셨고
그들을 통해서 내가 어머니께 전하는 말이 시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어머니의 전령이어서
나는 숨을 쉬는 이 땅의 모든 생명과
생명을 이끄는 현상들과 대화를 하였다.
함께 하지 않아도 잊지 않고 생각함으로
늘 곁에 있는 거라는 나의 믿음이 내가 존재하는,
내가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요체가 되었다.
나는 외로움이 좋았고
외로울 때 세상의 것들은 따뜻한 음성으로 다가서 주었으므로,
행복했다.
오랜 시간 망설이다 엮어낸 첫 시집을 어머니께 드린다.
밤하늘을 바라본다.
슬프게 살더라도
낙엽처럼 삭은 세상
손톱자국 같은 꽃은 피우지 않아야지
잎을 지나는
손가락 붓끝은 미리 필
설움에 흔들리고
- 「손가락으로 난을 친다」 일부
시집을 내도록 도와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시집을 기다려 주신 분들에게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2013년 사월
뼛국
엄니는 명절 뒤끝에 발라놓은 생선뼈를 모아뒀다,
두붓국을 끓여주셨다
생선뼈에서 우러난 뿌연 국물에 살점들이 풀어져 고소하기도 하고
짭짤하기도 하여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명절이 보름쯤 지나 엄니 국맛을 못 잊어 두부를 사다 파를 썰어 넣고 끓이는데
왈칵, 눈이 붓는다
엄니도 저 뼛국을 끓이다가 눈물을 빠뜨렸을까
간간하면서 혀끝에 감기는 그 진국이 눈물 맛이었구나
어른 상에 발려진 생선뼈를 모아뒀다 끓여주던 국을
속도 없이 물어봤었다
“엄니 뭔 국이당가”
“뼛국이란다”
이제야 대답한다
“엄니, 뼛국이 진짜 맛있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