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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이야기/사진가
· ISBN : 9788997870004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12-07-20
책 소개
목차
1. 혁명과 봉기
2. 항의와 폭동
3. 권리를 위한 투쟁
4. 이상주의자들과 행동주의
리뷰
책속에서
이 책에 실린 사진들 가운데 일부가 촬영될 때 내가 그 현장에 있었던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나를 자랑하거나 과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 사진들을 찍은 남녀 사진기자에 대한 경의를 표시하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다림과 좌절의 시련을 모두 견뎌내고 가장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나서서 찍어야 할 장면을 정확하게 찍어내는 그와 같은 용기를 나로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중국의 톈안먼 광장에서 웃통을 벗은 학생이 보안요원들의 무력에 맞서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는 루마니아에서 분노한 사람들이 국기에서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진 부분을 찢어내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소비에트 블록에 속하는 동유럽 도시 예닐곱 군데에서 사람들이 구체제를 상징하는 입상을 무너뜨리는 장면도 보았다. 나는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 모여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보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경우에 꼭 필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중요한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빛이 바래지 않을 사진으로 정밀하게 찍어 남길 한 사람의 사진기자다.(중략)
오늘날 우리는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부터 아이들이 먹는 초콜릿 바에 이르기까지 온갖 것을 지칭하는 데 ‘아이콘’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세계 역사에서 지난 65년간의 투쟁과 반항을 보여주는 사진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아이콘’이다. 그런 사진은 그 자체로 해당 주제 전체와 관련된 중요한 것 모두를 요약하고 있다. 그런 사진을 거듭 들여다보거나, 사무실이나 거실 벽에 붙여놓거나, 이 책과 같은 서적을 통해 보고 있노라면 그것이 말 그대로 아이콘의 기능을 발휘해 우리를 경외감에 휩싸이게 하는 동시에 해당 주제를 깊이 이해하게 해준다.
- 존 심프슨, 「프롤로그」 중
“이상하게도 처음에는 톈안먼 광장의 시위가 낙관적인 분위기였고, 심지어 록 페스티벌과 비슷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군대가 진입하면서 분위기가 흉악하게 바뀌었다. 다음날 아침에 나는 호텔 방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 그 호텔은 톈안먼 광장에서 150미터 정도 떨어진 창안 거리에 있었다. 중국 공안이 로비를 점거하고 있어서 나는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다소 실망스러운 상황이었다. 나는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은 것은 충분히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탓’이라는 매그넘 정신 속에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나도 모르게 망원렌즈의 초점을 아주 멀리 잡고 카메라를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그러자 광장 입구에 옆으로 늘어선 한 줄의 병사들과 또 한 줄의 학생들이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탱크들이 전진했고, 사진 속의 이 친구가 군중 속에서 뛰쳐나와 그들 앞에서 춤추듯 움직였다. 그는 탱크에 뛰어올랐다가 뛰어내렸다. 나는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이것이 그렇게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잡지 「베니티 페어」에서 튀어나온 듯한 이 친구는 그 시점이 하나의 상징적인 순간, 즉 역사가 기억하게 될 순간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친구는 아주 왜소했다. 그러나 그 장면에는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 탱크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들이 그 친구를 탱크로 깔아뭉개려고 엔진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 같았다. 민간인 복장을 한 두 세 명이 그를 붙잡아 들어 올려 군중 속으로 데려가는 모습이 보여쏙, 그는 곧 군중 속에 파묻혀 사라졌다. 2~3일 뒤에 파리에 있는 매그넘 본부 사무실에 그 일을 보고한 뒤에야 나는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장면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중략)
곧이어 「타임」이 그 사진을 크게 실었고, 「라이프」도 두 면에 걸치게 편집하여 크게 실었다. 그것은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포스터로도 만들어져 모든 학교에 붙었다. 나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내가 찍은 사진이 독보적으로 훌륭한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겠다. 그러나 그것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무리 해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 스튜어트 프랭클린, (중국, 톈안먼 광장) 중
“이때는 내가 사진을 찍으며 보낸 세월 중 최선의 시기였다. 나는 ‘과민’해진 경찰에게 여러 번 얻어맞기도 했다. (중략) 인두세 문제는 오래된 아픈 상처와도 같았다. 이에 반대하는 몇 차례의 시위가 경찰에 의해 진압된 후 인두세 도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인두세에 반대하는 시위를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나는 곧 알게 됐다. 나는 트라팔가 광장에 도착하기 전에 경찰의 저지를 받았다. 다우닝 거리의 저지선에 있다가 화이트홀 구역을 가로질러 달려온 한 경찰이 진압용 방패의 모서리를 내 목에 들이댔다. 주위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들끓는 분위기였다. 마구 휘둘러지는 경찰봉, 군중을 향해 돌진하는 경찰차, 압박해오는 폭동진압 경찰 등은 대처에게 민주주의를 일부라도 수용하게 하려는 사람들의 결의를 강화시킬 뿐이었다. 경찰이 밀리기 시작할 때 나는 광장 안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사진을 찍기 직전, 나는 세 명의 경찰과 함께 어느 기둥 뒤에 피해 있었다. 그들은 나보다 더 겁에 질려 있었고, 그 기둥은 우리를 보호해주기에 불충분했다. 이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질 때 나는 앞으로 뛰어나가 사진 네 컷을 찍었다. 그러나 나서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때 이미 내 머리털 중 한 부분은 폭발한 오토바이가 내뿜는 불에 타버렸고, 내 한쪽 무릎은 불타는 건물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던진 큰 경첩 모양의 철물에 맞아 으깨어졌다. 게다가 나는 경찰, 말, 시위자, 차량 등에 부딪혀 열 번 이상 넘어졌다. 그런데도,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
- 데이비드 호프먼, (런던, 인두세 폭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