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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875085
· 쪽수 : 500쪽
· 출판일 : 2012-10-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에필로그 1
에필로그 2
에필로그 3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한테 바라는 게 뭐야?”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상엽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어쩐지 정곡을 찔린 듯한 기분과 함께 진지하게 떠오른 답안이 머릿속에 있었지만, 상엽은 그런 자신이 어처구니가 없어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내 곁에 있어, 라니. 이미 곁에 있잖아.
“아니, 됐어. 몰라도 돼. 그딴 머릿속 내가 알 게 뭐냐고. 마음대로 해. 실컷 놀리고 장난치고 괴롭히고 알아서 하라고. 일 년? 그까짓 거 죽었다 생각하고 버티면 금방 끝날 거 아냐. 내가 알아서 버틸 테니까 어디 그 잘난 돈 값 신나게 뽕 뽑으라고.”
미처 대답도 하기 전인데 그녀는 순식간에 말을 쏟아냈다. 이렇게나 말이 빠른 녀석이었나. 화가 덜 풀린 모양인지 그리 뱉어놓고도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는데 이상했다. 왜 웃음이 나오는 걸까.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와, 진짜 그쪽은 사람도 아니다. 뭐 하나라도 괜찮은 데가 있을 거라 생각한 내가 병신이지! 이 못돼 처먹은 인간아!”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저리 펄펄 뛰는 모습이 왜 반가운 건지, 왜 가슴은 뛰는 건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턱 끝을 슬쩍 잡아 올렸다. 시선이 정면으로 마주쳤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도리어 도전적인 눈빛으로 그를 한껏 노려보았다. 그 표정을 보자 어렴풋이 그 반가움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손끝에 닿는 감촉이 심장을 통해 온몸으로 퍼졌다. 그 느낌이 짜릿했다. 아무래도 다 죽어가는 사냥감 따위엔 관심이 없었나 보다. 역시 이렇게 생명력이 넘치도록, 살아서 파닥거리는 걸 잡아야 제맛인 거지.
“사람도 아니라…….”
새삼스러운 소린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시비를 걸어보고 싶은 건 당연한 순서였고 마침, 그의 머릿속엔 꽤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럼…… 이런 건 어때? 네가 날 사람으로 만들어보는 거 말이야.”
“그건 또 무슨 개소린데?”
“날 유혹해 보라고.”
“뭐?”
외마디 물음과 동시에 지용이 그의 손을 툭 쳐냈다. 상엽은 쳐올려진 손을 자연스레 내리며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환심을 사기 위해서 태도를 바꾸는 것쯤은 흔해빠진 일이잖아. 내 눈이 뒤집힌다면 네가 원한다는 전제하에 좋은 사람이 되어줄 수도 있을 텐데. 잘 생각해 봐. 그 못된 인간을 세상에서 깔끔하게 치워 버릴 좋은 기회가 될지도 모르니까.”
이상하게 그럴듯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저 이야긴 그러니까……
“헐! 내가 왜요? 당신 미쳤어?”
분명 저건 남다른 관계가 되어보잔 소리가 아닌가. 기가 막힌 지용은 손가락으로 머리 옆을 돌리며 물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질문을 잘못한 것 같았다. 미친 사람에게 미쳤냐고 묻다니. 마치 그 생각을 읽은 것처럼 그가 미소 짓더니 말했다.
“지극히 정상이야.”
당연히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