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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7962174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13-12-24
책 소개
목차
죽은 자들
구시가지
신시가지
시체들
신시가지
구시가지
식시자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시계를 보는 순간 나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고 단숨에 그것에 사로잡혔네. (중략) 그 시계의 드러난 내부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그러니까 흡사 조밀한 내장으로 가득 찬 작은 생물처럼 오묘하게 돌아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화려한 외모를 가진 어떤 우아한 동물의 내부에서 끊임없이 운행하는 징그럽고 추악한 영혼과 욕망을 엿보는 것 같아 섬뜩하고 괴괴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그렇게 어렸음에도, 절대 그것에 패배해 타성적인 유영으로 인생을 보내지 않으리라는 다소 성인적인 헛된 저항을 발악처럼 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그 짧은 기간 동안 나로 하여금 영혼을 극단적으로 소모하도록 만들었는지 모른다. 고통스러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발작적으로 그것을 거부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바로 비극 자체였으며, 또한 장차 청년 시절의 참담한 패배를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도리어 추악한 복수를 꿈꾸는 뒤틀린 영혼으로 스스로를 인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살아 있는 시체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것은 분명 사람이었지만, 사람이 아니기도 했다. 엄밀히 말해 그것은 허물어져가는 사람의 외양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짐승처럼 보였다. 추악한 본능에 지배당하는 짐승. 오로지 한 가지 욕구로만 움직이며 그것에 지배당하는 맹목적이고 무자비한 짐승 같은 존재. 그것은 세상 그 무엇을 보고도 느낄 수 없을 완벽한 공포의 매개자이자, 충실한 숙주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