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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7980987
· 쪽수 : 39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 경우는 여자가 아니었어요. 남자애였죠. 전 그 애를 죽였어요. 정확히 세 달 전이었죠.
더 나쁜 게 뭔지 아세요? 전 처벌받지 않았어요. 그 일과 제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죠. 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바른 말만 쓰고 바른 행동만 했지만, 제 속에서는 비명이 쏟아지고 있었어요. 엄마나 아빠한테 말할 엄두도 못 냈어요. 동생들한테도요. 가족들이 제게 등을 돌릴까 봐 무서웠어요. 감옥에 가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래야 마땅한 일이지만요. 보시다시피 해리스 아저씨, 아저씨는 저보다 더 용감하세요. [……] 아저씨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자백할 용기가 있었어요. 하지만 전 이 편지에조차 진짜 이름을 밝히길 두려워할 정도로 겁쟁이예요.
우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무한한 우주에서 우리는 얼마나 조그만 티끌에 지나지 않은지, 생각해 보셨어요? 전 가끔 교외에 있는 우리 집을, 그다음에는 나라를, 그다음에는 세계를, 그다음에는 우주를 그려 보곤 해요. 타오르는 태양과 깊은 블랙홀과 별똥별이 있는 우주를요. 그러면 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소멸하고, 거대한 우주 대폭발에 비하면 제가 저지른 짓은 아주 조그만 깜박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죠.
아빠는 몸을 무겁게 일으키고는 제 머리를 쓰다듬었어요.
“아빠가 대신 힘들었으면 좋겠구나.”
솔직히 저도 아빠가 제 대신 아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길 바란다는 게 끔찍해서 울음을 터뜨렸죠. 전 훌륭한 가족과 좋은 친구들을 가질 자격이 없어요. 아저씨조차도요. 그래서 한동안 편지를 쓰지 않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