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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8047603
· 쪽수 : 96쪽
· 출판일 : 2013-07-15
책 소개
목차
1
여울
성탄제
설날 아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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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전거
저녁 해
매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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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천 년
고향에 돌아와서
석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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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벽에 잠이 깨어
부부
아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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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태백산을 오르며
허난설헌 생가에서
토함산 고갯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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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성탄제聖誕祭
어두운 방 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중년中年
계절은 늘 비가 안내해 오는 손님??
홍안紅顔의 소년이기도 하고, 볕에 탄 장정이기도 하고,
우수憂愁에 찌들은 중년인가 하면
이마에 눈을 얹은 노인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다른 손님이 아닌 같은 손님.
처마에 걸린 빗발의 주렴珠簾 밖으로
이제 몇 번이나 그 손님을 맞이하는 셈일까?
이 우수에 찌들은 중년의 나그네는
무엇이 안내하여 일찍 홍안의 소년으로, 볕에 탄 장정으로
어느 처마 밑을 서성거렸던 것일까?
차운 가을비가 황급히 뿌리고 가면
어느 날 이마엔 흰 눈발이 흩날리리라!
지금 빗발의 주렴 밖을 서성대는 저 홍안의 소년처럼
이 나그네도 다시 애띤 볼을 붉히며
어느 창밖을 서성댈 날은 영영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