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8047757
· 쪽수 : 96쪽
책 소개
목차
1
행복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깃발
.
.
.
2
울릉도
마지막 항구
봄바다
.
.
.
3
문을 바르며
일월
출생기
.
.
.
4
북방추색
인간의 나무
황혼
.
.
.
5
치자꽃
너에게
부활
.
.
.
저자소개
책속에서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
고독은 욕되지 않으다.
견디는 이의 값진 영광.
겨울의 숲으로 오니
그렇게 요조窈窕턴 빛깔도
설레이던 몸짓들도
깡그리 거두어 간 기술사奇術師의 모자.
앙상한 공허만이
먼 한천寒天 끝까지 잇닿아 있어
차라리
마음 고독한 자의 거닐기에 좋아라.
진실로 참되고 옳음이
죽어지고 숨어야 하는 이 계절엔
나의 뜨거운 노래는
여기 언 땅에 깊이 묻으리.
아아 나의 이름은 나의 노래.
목숨보다 귀하고 높은 것.
마침내 비굴한 목숨은
눈을 에이고 땅바닥 옥에
무쇠 연자를 돌릴지라도
나의 노래는
비도非道를 치레하기에 앗기지는 않으리.
들어 보라.
이 거짓의 거리에서 물결쳐 오는
뭇 구호와 빈 찬양의 헛된 울림을
모두가 영혼을 팔아 예복을 입고
소리 맞춰 목청 뽑을지라도
여기 진실은 고독히
뜨거운 노래를 땅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