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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8096489
· 쪽수 : 117쪽
· 출판일 : 2013-11-11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곶감
등이 가렵다
겨울 나비
탱화
싸릿재 풍경
나무와 장작
금호동 산 59번지
산을 오르다가
인천일지
만천동의 봄
자화상
꽃을 심으며
아야진, 겨울 동백꽃 아래서
305 병동에서
제2부
아스피린
액자를 짜다가
귀가
소리의 향기
교감(交感) 1
교감(交感) 2
독백
대화
촛불 아래서
달에게
백지 앞에서
길을 가다가
버스를 기다리며
다시 촛불 아래서
제3부
겨울, 저녁 무렵
우리에 관하여
기행(紀行)
벽보 앞에서
겨울은
겨울일기
겨울, 어느 날
21세기, 우리의 겨울
동해에서
천제단 가는 길
노래방 가다
사월의 끝
안개비
제4부
대포동 창(窓)―등대 1
대포동 창(窓)―등대 2
대포동 창(窓)―등대 3
대포동 창(窓)―등대 4
대포동 창(窓)―등대 5
대포동 창(窓)―갈매기
대포동 창(窓)―비 오는 밤
대포동 창(窓)―폭설
대포동 창(窓)―촛불 너머로
대포동 갈매기
대포동 창(窓)
대포동 연가
시인의 악보
묘지 앞에서
발문 그리운 시간을 넘어
김영준(시인)
저자소개
책속에서
등이 가렵다
버림과 비어 있음의 경계선은 어디쯤일까
요즘은 자꾸 등이 가렵다
뒤꿈치 치켜들고 몸을 비틀며
어깨 너머 허리 너머 아무리 손을 뻗어도
뒤틀린 생각만 가려움에 묻어 손끝에 돋아난다
나와 내 몸 사이에도
이렇듯 한 치 아득한 장벽이 있다는 것이
두렵고 신비스럽다
빛과 어둠,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 정수리 어디쯤
죽음에 이르러야 열리는 문이 외롭게 버티고 있는 것 같고
때론 소슬바람에도 쉬 무너질 것 같은 그 무엇이
내 안 어딘가 덜컹거리고 있다
등이 가려울 때마다
등줄기 너머 보이지 않는 길들이 그립다
그의 시엔 시나브로 적지 않은 아픔과 눈물과 아련함이 묻어 있다. 그의 삶이 그러했다는 것일 텐데, 그래도 그는 이를 격정적으로 토로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마음속으로 가난과 아픔과 슬픔을 조용히 끌어오고 혼자 쓸어 담으며 이를 담담히 진술해간다. 유년시절의 가족사나 젊은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는 것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지난한 삶 때문일까. 그는 생각보다 조로한 느낌이 든다. 때론 그가 자신의 정서에만 몰입되어 이기적인 듯해 보여 아쉽기도 하다. 대상에 좀 더 직핍해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아쉬움도 그래서 생긴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선 애틋함을 놓지 않고 있다는 걸 나는 잘 안다. 그런 방식이 아니면 존재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걸 스스로가 직감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판단하는 건 나의 지나친 억측일까.
- 발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