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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8096892
· 쪽수 : 154쪽
책 소개
목차
책을 내면서
강진순
어느 여교사의 봄 / 망초 / 거룩한 혹 / 겨울 편지 / 삼천포로 빠지다
김경조
대밭을 걷는 남자 / 번지점프 / 그대, 무엇을 찾나요 / 가을 길은 / 봄, 여름 지나
김선
고라니의 외출 / 국자 / 가리봉동 비둘기 / 우산 / 가마솥
김연종
카우치에서 봄을 읽다 / 카우치에서 시를 읽다 / 카우치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 카우치에서 어머니를 만나다 / 카우치에서 이를 뽑다
김정원
단풍 / 여백 / 낙관 / 정치판 / 지나친 유산
박노복
가을운동회 / 피곤한 하루 / 게놈 / 시내산의 계명 / 가을걷이
박백남
목련꽃 / 등불 아래서 / 상한 갈대 / 벽에 걸린 꽃다발 / 감쪽같다
이광복
허공의 힘 / 그늘 꽃 / 어린왕자 / 탑을 쌓다 / 모래알은 물의 지문을 가지고 있다
이우림
오봉산 석굴암 / 지뉴(紙杻) / 손 위의 손 / 껍데기 / 너 떠난 바다에서
이춘희
대꽃 / 이 씨의 연대기 / 그날의 소묘 / 히아신스 / 포장하다
정연탁
비닐하우스 9 / 말랑말랑 공산당 2 / 요람기 / 별 / 엄마의 보험
해설 삶에 뿌리내린 서정과 반성적 인식
박몽구(시인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서]
나무꾼이 사라졌다
선녀도 사라지고 날개옷도 사라졌다
목욕물을 퍼 올리는 두레박도 사라졌다
마침내 사냥개도 사라지고 무지개도 사라졌다
먹이사슬의 최강자가 된 길고양이만
마을을 염탐하며 우물을 지키고 있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생수로
도미노 같은 빌딩 벽을 적신다
도미노의 시작과 끝은 한결같다
쓰러짐과 연속성,
그 쓰러진 힘으로
마루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시집 속의 시]
사철 푸르고
빈틈없는 나무에
새는 집을 짓지 않는다
―김정원, 「여백」 전문
마악 나뭇가지 사이로 발을 내뻗어
나뭇잎마다 발자국을 환하게 찍고 있는 아침 해를 바라보다 문득
저 텅 빈 허공이
해의 발자국을 나뭇잎까지 끌고 온 길이었음을
본다.
그 길 위로
또 하루 고단한 삶을 묻으며
가볍게 발을 내딛는 한 무리의 새떼들
스스로 제 몸을 열어 길이 되어준 허공엔
비와 바람과 온갖 소리들은 얼마나 많은
발자국의 흔적을 묻어두었을까
손가락보다 가는 나무의 몸에서
수천수만 송이 꽃송이를 끄집어내고 열매를 둥글게 끼워내는
허공의 저 부드러운 손길
땅속 깊이 겨울잠에 든 나무들 뿌리를 깨워
여름내 한 뼘씩이나 일으켜 세우더니
생을 다한 잎새들의 마지막 슬픔까지
가만히 끌어안는 허공의 가슴팍
잎새들은 더 진한 슬픔의 빛깔로 무너지고
잠시 저 슬픔 쪽으로 살포시 마음을 기대었을 뿐인데
기우뚱 기울어지는 계절로 한바탕 몸살 앓는 가슴에
먹먹하게 내려앉는 허공
―이광복, 「허공의 힘」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