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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8258146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8-10-29
책 소개
목차
감사의 글
들어가는 글 - 한울안 한이치
1
015 _ 외로운 기도
018 _ 그 언덕에 있었다
021 _ 화랑대에서 성균관으로
024 _ 민들레 향기
027 _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030 _ 거북아 거북아
033 _ 흰 구름 걷히면
036 _ 나는 달린다
2
041 _ 찬바람 불면
044 _ Book 오디세이아
047 _ 아오이
050 _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054 _ 나는 돌아가야 한다
057 _ 수레바퀴 아래서
061 _ 하늘 위 하늘 아래
065 _ 바다 이야기
069 _ 맑고 밝고 훈훈하게
3
075 _ 마음이 병든 나
078 _ 두 마음 서로 비치매
081 _ 아무것도 하지 마
084 _ 일과
086 _ 별이 빛나는 밤
089 _ 기도하는 한 사람
092 _ 뗏목을 놓아라
095 _ 하면 잘 하겠다
098 _ 꽃은 피겠지
102 _ 미륵산 자락 구룡마을
104 _ 봄바람
107 _ 숨겨진 발톱
109 _ 신통
111 _ 나는 나의 일을 할 뿐
115 _ 하늘이 몇 살이나 되겠느냐?
4
121 _ 그대 잘 가라
124 _ 내 마음에 공들이자
127 _ 인간에 대한 예의
131 _ 해바라기 단상
135 _ 드래곤 볼
139 _ 한 마음 잘 챙기소
143 _ 먹어봐야 맛을 알지
147 _ 섭씨 99도
150 _ 누구냐 너!
153 _ 착하게 살자
5
159 _ 시크릿
162 _ 사랑이 증오를 이긴다
165 _ 빛나리 아저씨
168 _ 중독
172 _ 배꼽 아래 세 치
175 _ 미워할 수 없는 사람
179 _ 미움 받을 용기
182 _ 버려진 소녀들
185 _ 그대 있음에
188 _ 평화는 오리 평화는 오리
191 _ 고사리 공양
197 _ 연서
202 _ 벗들이 보낸 글
저자소개
책속에서
단비가 마른 대지를 적시고 난 이튿날에는 봄바람을 따라 어김없이 고운 흙 사이로 싹이 움틉니다. 알맞은 빛과 따사로움, 수분 그리고 토양을 비롯한 조건 아래, 원래 그 안에 생명을 품고 있던 풀씨는 스스로의 단단한 껍질을 부수고 DNA에 새겨진 결을 따라 환경에 조응해 갑니다. 그리고 다시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이라는 변화에 맞춰 잎이 나고 꽃이 피며 열매를 맺고 잎을 떨구며, 한해살이풀은 생을 마감하고 흙으로 돌아가 다음 생의 밑거름이 됩니다.
축구부 아이들로 먼지 자욱이 이는 운동장 구석자리, 석양을 바라보며 식은 도시락을 열었다. 찬밥 덩이에, 참치 김치 볶음, 구운김. 목메지 말라고 컵라면도 곁들였다. 멀리 학교 담장 너머에 안양천이 흐른다. 물가 외진 땅에 울타리 치고 양 치던 목자는, 예수님의 길을 따라 사람을 기르고자 목장 터에 학교를 열었다.
이십여 년의 군 생활을 마친 아버지와 어머니는, 큰 이모가 계신 서울 시흥동을 인생 2막 출발지로 삼았다. 그리고 그해, 사교육비를 덜 들이고도 좋은 대학에 잘 보낸다고 입소문난 문일고등학교에 나는 입학했다. 아버지는 낯선 도시에서 일자리 잡기 어려운지, 맥없이 등을 보이시며 구석에 누워계신 날이 늘었고, 어머니는 구두공장에 다니며 꼬박꼬박 적금을 부었다. 어느 날엔가 그렇게 번 돈으로 밥통을 새로 사 따순밥을 지어주셨다. 가방끈이 짧은 어머니는, 아들 형제가 공부 잘해서 당신 몫까지 배워 남부럽지 않게 자라주길 바랐다. 부담스러웠다.
인건비 아낀다고 밤낮 2교대하던 부부. 컵라면으로 끼니 때우던 손님. 알바비를 왜 적게 주냐고 펑펑 울며 따지던 여대생. 월세 갖고 거드름 피우던 건물주. 7시면 출근해 사원들을 독려하던 사장님. 프랜차이즈 체인의 공세에 버티다 망해가던 골목상점들. 그리고 나의 사회 초년병 시절.
수행자는 기부자의 재물을 좇지 않는다. 보시하는 그 마음을 살려 너른 세상에 두루 복이 되도록 인도하는 스승이며, 돈에 묻어온 고통과 슬픔까지도 풀어내는 데 수도인의 보이지 않는 적공이 있다. 참된 수행처는 맑고 밝고 훈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