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98711160
· 쪽수 : 368쪽
· 출판일 : 2014-05-09
책 소개
목차
나하의 거울 7
우주화 31
윤회의 끝 53
물고기 여인 63
13월 혹은 32일 85
몽중몽 101
그들은 더 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117
어린 신의 짧은 이야기 / 창세기 / 싹 125
지구로 돌아오다 141
K씨의 개인사정으로 이번 호의 연재는 쉽니다 165
김 씨 171
인간은 길들여지는 것을 좋아한다 183
임금님의 이름이 길고 길고 긴 이유 191
엄마는 고양이야 201
곰이 되어도 좋아 209
휴가 221
기사의 사랑 233
고양이 나라의 마녀 239
누구의 포크인가 261
거울바라기 327
엮은이의 말 362
작가의 말 364
저자소개
책속에서
귀족은 내심 감동하였지만 금을 거두고 앉은 채해가 당연하다는 듯 빙그레 웃자 괜히 자존심이 상해 마음에 없는 소리를 꾸몄다.
“공의 솜씨는 실로 뛰어나오. 그러나…….”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험험, 진정한 음은 단순히 귀에 들리는 데 있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 있소. 종이의 흰색보다 먹의 검은색이 실로 풍요해 만 가지 색을 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치요. 그대의 연주에는 들리지 않음, 침묵이 부족하오.”
귀족의 말을 들은 채해는 마침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터라 귀족에게 엎드려 절을 했다.
“어찌하면 가음假音에 진음眞音을 더할 수 있겠습니까.”
“일단은…… 그렇지, 침묵을 들어보시오.”
채해의 태도에 귀족이 도리어 부끄러워하더니 자리를 떠났다.
변하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추운 공간에 둥둥 떠다닐 아내의 텅 빈 몸을 생각했다. 사고였다. 잘 웃고 잘 울던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다른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슬퍼해주었다. 그들처럼. 그녀는 안내자였다. 그들이 처음으로 ----에 나가서 만나는 상대를 부르듯, 서로 끌어당겨 방대한 ----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지표가 되어주는 상대를 부르듯 그렇게. 그녀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가 되지 않도록 나를 끌어주었다. 내 속에 틀어박히지 않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본 적 없는 시체가 되어 우주를 떠돌고 나는 사람들을 떠나 아무도 찾지 않는 행성 외곽에서 사람이 아닌 자들을 찾는다.
자네가 자신을 잃고 싶어 한다면 더더욱 ----로 데려갈 수 없어.
나는 뜨거워진 뺨을 닦았다. 그가 나의 눈물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옳다. 변하고 싶다는 것은 잘 포장된 죽음에의 욕구에 지나지 않았다.
레도는 쓸데없이 이비야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내의 외출을 막는 데에는 책만 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독서를 막지 않았다. 이비야는 숲 어딘가에 요정의 원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늑대인간을 만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문명화된 도시 안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레도 아솔바는 아내의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이번엔 인어로군’이라고 여겼을 뿐이었다. 그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물고기가 되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물고기가 될 거요.”
이비야는 평소처럼 고개를 젖히고 웃는 대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기대고 있던 머리를 떼고 남편을 보았다.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으로 비스듬히 의자에 기댄 레도는 언제나와 같이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이비야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문득 깨달은 그날은 변화의 첫날이었고 그녀는 아무도 느껴보지 못했을 종류의 예감에 휩싸여 침묵했다. 이비야의 머릿속에서 앞으로 몇 달에 걸쳐 자신의 몸에 일어날 변화가 빠르게 스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