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미친 흡입력 1

기억을 통해 본 김태웅의 꿈은 배우였다.
하지만 그는 배우가 되기에는 재능이 턱없이 부족했다.
예전부터 무미건조한 인간이던 그는 연기를 할 때도 뻣뻣한 로봇과 같았다.
아무리 열심히 연습을 해도 당최 나아질 기미가 안 보였다.
게다가 치명적인 것은 발음.
선천적으로 혀가 심하게 짧다 보니 좀처럼 대사 전달이 되지 않았다.
몇 번 그의 대사를 들은 상대 배우들이 터지는 웃음이 주체가 안 되는지 얼굴이 시뻘게지곤 했다.
‘꿈도 가상하지. 이런 조건으로 배우는 무슨 놈의 배우를…….’
그는 김태웅의 무모한 꿈에 동정이 가면서도 한심했다.
사람은 애당초 자기에게 맞는 일을 해야 한다.
언감생심 다른 꿈을 꿨다가는 비참한 꼴이 되어 쓸쓸히 죽어갈 수도 있었다.
‘바로 내가 그랬지.’
이전 라이더 베스의 삶이 그랬다.
위대한 대배우였지만 여자 하나로 인해 몰락하고 말았다.
할리우드 톱스타에 어마어마한 부자인 그도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여자였다.
‘다 잊어버리자. 지금은 다른 인생이야. 똑같은 길을 걷진 말자.’
그는 다른 인생을 살아볼 생각이다.
어차피 이렇게 죽었다 살아난 이상, 보다 자유롭고 소탈한 삶도 나쁘지 않았다.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더라도, 어딘가에 은둔하여 자연인처럼 살아도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런 그의 희망은 오래가지 않았다.

[배우의 꿈(Actor’S Dream) 시스템에 접속하였습니다.]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두 자아의 싱크로가 이루어집니다.]
[목표가 활성화되었습니다.]

***

‘도대체 이게 뭐야?’
갑자기 눈앞에 뜬 알림창과 귓가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그는 경악했다.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했지만 너무도 생생했다.
[당신은 원래 몸의 주인 김태웅의 꿈을 이뤄줘야 합니다.]
[미션을 달성하며 대배우의 길을 걸어가세요.]
[미션을 달성할 때마다 라이프 포인트(LP)가 주어집니다. 라이프 포인트는 매일 소모되며, 라이프 포인트가 0이 되면 당신은 죽게 됩니다.]
[최종 목표를 달성할 경우, 라이프 포인트의 제한이 없어지고 죽음의 공포에서 해방됩니다.]
‘뭐, 뭐라구?’
이게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어떻게 되살아났는데 다시 죽는다니…….
게다가 새로운 몸 주인의 꿈까지 이뤄줘야 한다.
“이봐, 장난치지 말고 나와! 도대체 너 누구야?”
그는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오빠, 왜 그래?”
태선이 놀란 눈으로 물었지만 그는 대답 없이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리 넓지 않은 집 안에는 사람이 숨어 있을 만한 곳이라고는 없었다.
저 홀로그램 같은 알림창과 기계음 같은 목소리.
마치 가상현실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다.
[현재 당신의 라이프 포인트는 7입니다.]
[라이프 포인트를 획득하고 싶으면 다음 미션을 달성하세요.]
[미션: 영화, 또는 드라마 오디션에 합격하세요.]
‘하, 이걸 어떻게 한다?’
아무래도 정신병이 생긴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병원에라도 가봐야 하나?

- 1권 본문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