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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너

그리고 다시 너

박지영 (지은이)
청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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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너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리고 다시 너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04917561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18-06-28

책 소개

박지영 장편소설.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사랑이었다. 그 사랑은 설탕 가루 같은 눈이 내린 날,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9년……. 정지된 시계 속에 갇혀 버린 내게 세상의 벽 뒤에 숨어버린 내게 환은 말한다. "제이야. 내게 있어 너는, 하늘이고 빛이고 숨이다. 너는 내 세상이다."

목차

Prologue
01. 그 시계는 정지했다
02. 멈췄던 시계가 움직인다
03. 네 시계 소리
00. 환
04. 겨울비는 아프다
05. 우리는 단순하지 않다
06. 꺼진 촛불, 돌고 도는 시계
00. 환
07. 휴식
08. 우리의 시간은 역류한다
09. 너는 내 세상이다
00. 환
10. 같이 있다는 건
11. Paris’s
Epilogue. 환
Epilogue. 제이
작가 후기

저자소개

박지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눈을 감는 날까지 뇌리에 가득한 영상을 활자로 그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전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을 꿈꾸고, 삶을 그리는 글쟁이가 되겠습니다. 《당신의 선물 (동서문학상 단편소설 수상)》 《심장에 닿다 (대한민국e작가상 대상)》 《잘나가는 미쓰나 (대한민국e작가상 우수상)》 -출간작- 공포추리 [살인에 대한 충동], [피어스] 로맨스 [그 오후의 거리], [영점영일의 확률], [너를 만나다], [심장에 닿다], [잘나가는 미쓰나], [지극히 평범한], [마치 마법처럼], [그리고 다시 너] 네이버 웹소설 [지극히 평범한], [실연천사] 위즈덤하우스 웹소설 [전설이 왔다] 카카오[실연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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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설탕 가루 같은 눈이 왔다.
눈은 연일 계속되던 한파를 누그러뜨렸고, 살갗을 갈기던 칼바람도 종아리를 으슬으슬 들뜨게 만들던 한기도 사라지게 했다. 만지면 가루처럼 흩날리는 눈은 여느 눈과 똑같은 소리를 냈다. 밟을 때마다 뽀드득뽀드득 듣기 좋은 부서짐이 있었다.
좋다.
특히 희푸른 설원 같은 옥상에다 도장 찍듯 한 발 한 발 발자국을 남기는 건 새하얀 도화지에 스케치를 시작하는 순간만큼 설렜다.
옥상 난간에 서서 큰 숨을 들이마셨다.
상쾌해.
막 세수를 끝낸 후처럼 숨도 피부도 개운하다.
깔깔. 하하. 까르르.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운동장에서 왕왕거렸다. 앞가슴에 노랑 딱지를 단 교복 무리가 우르르 튀어나와 해맑게 눈싸움을 하거나 눈을 뿌리며 놀고 있었다.
“나도 너희 같은 시절이 있었다, 이 애기들아.”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으며 자못 고고한 눈초리를 내렸다. 철모르는 것들이라며 쯧쯧 혀도 찼다.
“애기들?”
뒤통수에서 약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두툼한 양팔과 패딩 재킷 앞섶이 빙 두르듯 넘어왔다. 어깨부터 감싸지는 온기로 겨울의 찬기가 순식간에 소멸했다.
“먼저 와 있다며?”
정수리에 깃발처럼 꽂히는 턱을 느끼며 힐끗 올려다봤다. 말속에 ‘애늙은이’라는 핀잔이 은근히 내포되어 있지만 나는 토 달지 않았다.
노쇠한 열아홉 살의 눈에 열일곱 살이 애기로 보이는 게 뭐 어때서. 열아홉 살도 보통의 열아홉 살인가. 내일모레면 스무 살이 되는, 12월 28일의 고귀한 열아홉 살이라고.
“못 봤어?”
“어. 안 보였는데?”
“느꼈어야지.”
그가 짐짓 시크하게 응수했다.
“내가 개미야? 더듬이도 없는데 어떻게 느껴?”
퉁명스레 반박하자, 그가 쿡쿡거렸다.
커다란 패딩 재킷 앞섶이 더더욱 야무지게 여며졌다. 몸이 재킷 속에 갇혔다. 등마루에 단단한 가슴팍이 느껴졌다. 나는 기대듯 상체를 기울였다. 그의 몸은 듬직한 버팀목이었다.
멋 부리느라 코트를 입고 온 탓에 틀니 빠진 할머니처럼 아랫니가 덜덜 떨렸었다. 추워 뒈지겠다고 구시렁거렸는데, 웬걸. 고진감래란 이런 경우에 쓰나 보다.
“어디 있었는데?”
나의 질문에 정수리의 턱이 뒤로 까닥했다.
턱짓을 좇아 옥상 입구를 보았다. 기다란 그가 숨을 만한 장소는 옥상 문 뒤뿐이다. 분명히 옥상과 연결된 계단을 오를 때도 옥상 입구를 통과할 때도 기척은 없었다. 흐릿한 그림자도 없었다. 내가 곰처럼 둔한 것도 아닌데.
저 문 뒤에서 숨소리도 조심했나?
“숨어 있었어?”
몸을 돌려 양팔로 그의 허리를 감으며 바짝 붙었다. 턱을 내린 얼굴이 또렷하게 들어왔다. 대답 대신 그의 입술 끝이 설핏 올라갔다. 의외의 귀염성이다.
“왜?”
“더럽혀놓기 싫어서.”
뚝뚝한 투였으나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눈빛은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눈빛이 달달한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했다. 나는 고개를 살랑 움직여 뒤편의 바닥을 살폈다. 한 줄의 발자국이 넓은 옥상에 새겨져 있었다.
한 줄.
목적지에 도착한 이는 둘인데 발자국은 한 줄이었다. 발이 부풀어 커진 것처럼 작은 발 위에 큰 발이 겹쳐 있었다. 그가 내 길을 똑바로 밟고 걸어온 거다. 순백의 공간을 먼저 가라고 양보해 주었나 보다. 내가 앞서면 자신이 뒤따라 주겠다는 의미도 있다.
언제나 그랬다.
그는.
내가 우선이었고, 내 곁을 지켜주었다.
내 기억장치가 저장한 한도에서 그가 없었던 적은 없다. 늘 그가 있었다. 앞으로도 그러겠지.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너와 나의 거리는 오늘처럼 빈틈없이 가깝겠지.
“오호.”
나는 장난기 다분한 입술을 늘이며 그의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가했다. 와락, 끌어당기며 복부도 밀착하고 도발적으로 입술을 올렸다. 셔츠 깃에 대충 매달려 있던 넥타이가 여릿하게 들썩였다. 긴 눈매가 가늘어졌다. 다소 고민하는 눈치였다.
쐐기를 박듯 붕어처럼 입술을 뻐끔뻐끔하자,
“픽.”
결국 그가 웃었다.
미소가 걸린 입술이 내려왔다. 주위를 살피거나 경계하는 태세도 없이 곧장 입술이 내 입술에 겹쳐졌다. 잇따라 당당히 입술 사이를 가르며 혀가 들어왔다.
‘응?’
나도 모르게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가벼이 스치는 뽀뽀 정도의 수위를 요구한 건데 기대 이상이었다.
‘학교잖아!’
이미 진입한 혀를 밀어내며 끔벅거리는 나의 반응에 그가 눈웃음쳤다. 얄밉도록 섹시한 눈웃음.
물러날 기미도 없었다. 그가 더더욱 강하게 입술을 밀어붙이며 도망치는 혀를 갈취하듯 가져갔다. 대범한 키스에 부릅떴던 눈을 그냥 닫았다.
그래.
어때.
몇 분 후면 고등학교의 마지막 종업식이 끝날 거고, 우리는 내일모레면 스무 살 성인이 될 텐데. 스무 살이 되면 그동안 깨작거렸던 키스도 마음껏 하자고 호언장담한 건 정작 나다. 선수를 빼앗겼을 뿐.
그의 뜻깊은 행동을 환영하며 선뜻 입술을 열었다. 오픈 더 도어. 적극적인 태세 전환에 그의 입술이 웃었다. 더불어 적극적인 공략도 멈춤 없이 이어갔다. 그동안 우리가 나눴던 키스 중 가장 진한 키스였다.
학교 옥상에서의 비밀 키스. 이 은밀한 스릴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그렇기에 우린 열성을 다했다. 딱딱한 바둑판 같은 교실에 두고 온 친구들에게 양심적으로 찔리지도 않았다.
깊은 키스를 지속했다.
전력을 다하는 키스의 영향인지 차차 옆구리와 치골에 이상야릇한 전율이 퍼졌다. 전기 오르듯 찌릿찌릿 퍼지는 전율에 무의식중 발꿈치가 파르르 떨렸다. 조금은 부끄러운 기분도 들었다. 이런 느낌을 욕망이라 정의하나 싶었다.
그 기분은 비단 이쪽에만 해당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짙은 키스를 시도한 당사자가 비로소 이성을 차린 듯 별안간 떨어졌다.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자제 안 되는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도 놀란 기색이었다. 자기가 해놓고 순진한 척은.
나는 슬그머니 흘겼다. 그도 머쓱한 듯 흘끔 내려다봤다. 우리의 시선이 부딪쳤다.
“쿡.”
동시에 웃음소리가 났다.
우린 이마를 맞대고 쿡쿡거렸다. 쑥스러워서인지 좋아서인지 자꾸 웃음이 났다. 가늘게 휜 눈매 아래 촉촉하게 젖은 입술이 보였다. 나는 짓궂게 손끝으로 젖은 입술을 쓸었다. 그가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내 손끝을 살짝 깨물었다.
“아.”
자극만 있을 뿐 아프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러 아픈 시늉이 섞인 소리를 내었다. 소리도 조금 그랬다. 어쩌면 나의 기질은 천부적으로 야한 거 같다.
아니다.
우린 그냥 소신껏 사랑하는 거다. 19세다운 방식으로 애정을 적절히 표현하며. 아마도 우린 무진장 바람직한 성인 커플이 될 것 같다.
교정에 종이 울렸다.
서로를 묶었던 팔과 재킷을 푼 지 채 2분도 안 되어 시끌벅적한 소란이 옥상 입구로 몰려왔다. 우리 반 교실이 옥상 아래이니 혈기 왕성한 녀석들의 행동은 당연히 빨랐다.
“그거 봐. 여기 있을 거라 했지?”
“둘이 뭐 했어!”
“몰래 빠져나가더니……. 엉큼한 연놈! 좋냐!”
사이좋게 들어오지. 문은 하나인데 친구들이 한꺼번에 통과하려고 무식한 어깨싸움을 해댔다. 쓸데없는 실랑이의 승자는 어깨 두툼한 성진이 아닌 약빠른 애은이었다.
“사진 찍자!”
날쌔게 빠져나온 애은이 머리에 꽃 꽂은 미친년처럼 교복 치마를 나풀거리며 눈밭을 뱅글뱅글 돌았다. 성진은 새치기한 명세에게 끼어 또 못 나왔다.
이쪽은 역광이다, 저쪽이 낫다, 하늘 배경으로 하자, 산 배경이 좋다 등 녀석들이 개떼처럼 몰려다니며 사방팔방 난리를 피웠다. 한 줄의 발자국은 순식간에 너저분한 발자국들에 묻혔다.
“Good!”
마침내 하늘 배경이 낙점되었다. 친구들이 옥상 끝의 가장자리로 우르르 몰려갔다. 투덕거리고 말도 많으면서 의기투합은 잘되었다.
다들 들떠 있었다.
졸업식이 남긴 했으나 어찌 되었든 오늘은 고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날이었다. 종업식도 무사히 마쳤으니 대학 합격 여부와 관계없이 지긋지긋한 고3 생활은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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