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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24052068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25-11-2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노을이 지다 / 9
소풍 가는 길 / 41
수 시티를 향하여 / 79
스콜 / 113
우박이 내리던 날 / 141
인조 사파이어 푸른 빛 / 165
피란민 조시형 / 193
해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나는 인간의 길 / 215
저자소개
책속에서
중대장에게 황 상병은 군인 같지 않은 군인, 사내답지 않은 사내, 아니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의 전형이 되었다. 어쩌다 좀 약삭빠르지 못하다 싶은 신병이 오면, 중대장은 병태 같은 놈 또 하나 생겼다고 투덜대었다. 지난달엔 사단 검열에서 예상 밖의 혹평을 듣게 되자 중대원을 완전군장으로 집합시켜 놓은 자리에서 이놈의 부대엔 모두 황병태 같은 놈들밖에 없느냐고 아예 노골적으로 떠들어 댄 적도 있었다. 지역 사령관인 중대장이 그러하니 자연 소대장, 분대장들도 그랬다. 그리고 급기야는 졸병들 사이에서까지 우습거나 어처구니없거나 부족하거나 불만인 상황에다 병태의 이름을 빗대어 말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되었다. 야, 이 병태 같은 놈아. 그말은 우리가 그곳에서 들을 수 있는 최악의 말이었다.(「노을이 지다」 중에서)
중대장의 권총은 창수를 향해 치켜세워졌다. 그의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길로 보아 금방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 난감했다.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창수는 거총 자세를 취하고 그쪽을 겨냥했다. 퍼부어 내리는 빗물이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표적을 조준선 위에 얹어놓을 수가 없었다. 물의 장막은 표적은 물론 언덕 개활지, 나무, 산야의 모습을 얼룽얼룽 뭉개 놓았다. 빗줄기 사이에서 표적의 모습이 설핏 드러나자 창수는 눈을 부릅뜨고 어금니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어떤 힘이 방아쇠를 감아쥔 손가락에서 힘을 빼앗아 가 버렸다. 상대는 베트콩이 아닐 수 있었다. 정글 안 어느 곳으로 소를 먹이러 갔다가 갑자기 퍼부어 내리는 빗줄기에 서둘러 돌아가는 농부일 수도 있었다. 또한 어른이 아니라 어린아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시퍼렇게 되살아났다. 창수가 망설이는 사이 중대장의 성난 목소리가 날카롭게 올라왔다.(「스콜」 중에서)
“그런데… 광식아. 내가 죽을 때가 다 되어서 그런가 요즘 느닷없이 새엄마도 불쌍한 인생이다, 그런 생각이 들어. 처녀 몸으로 하필이면 전처 자식이 셋이나 있는 집으로 시집을 왔으니, 단 하룬들 오붓하게 살았겠냐? 그때 배창시가 썩어죽을 년하고, 나한테 고함치던 소리가 귀에 쩡쩡하다가도… 그 사람도 여자다, 그런 생각이 드네.”(「우박이 내리던 날」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