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한권] 인본주의의 계보

“중세 서구 사회는 신의 지배 아래에서 형성되어 모든 것이 신의 뜻에 맞추어지는 질서를 구축했다.… 인본주의가 나타나며 인간의 이성이 존중받기 시작하고, 개인의 자율성이 강조되는 새로운 사유 체계가 등장했다. 이는 서구 사유의 중대한 전환을 가져왔고, 이제 인간이 모든 것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허무의 시작이기도 했다.
자유와 자율성의 강조 속에서 인본주의는 사실상 기술 중심적 사고를 더욱 강화했으며, 이는 인간 존재를 새로운 체계 안에 가두어 버렸다. 데이터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인간은 자율적인 존재가 아닌 여러 외부 요인에 휘둘리는 존재로 한계 지워지게 되었다. 그 결과, 자아 상실과 정체성 혼란이 심화되었다.…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신 없는 신본주의라는 새로운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급속한 기술적 발전은 윤리적 기준을 모호하게 하여 인간 존재의 본질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인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