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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서양철학 > 고대철학 > 플라톤
· ISBN : 9791166844058
· 쪽수 : 604쪽
· 출판일 : 2025-12-01
책 소개
철학과 자연을 잇는 사유의 귀환!
플라톤 연구의 거장,
찰스 H. 칸의 사유를 읽다
저자 찰스 H. 칸은 2023년 영면에 들기까지 고대 그리스 철학과 문헌학 연구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석학이다. 1958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고전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같은 대학교 고전학과 교수를 거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된 후 2012년 은퇴할 때까지 그곳에서 활동하였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고대 그리스 고전문헌학과 철학에 걸쳐 있으며, 고대 그리스 동사 에이나이(einai)의 의미를 고찰한 연구 외에 아낙시만드로스, 헤라클레이토스, 피타고라스 등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에 대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플라톤 연구와 관련해서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적 대화: 문학 형식의 철학적 사용』(박규철 외 옮김, 세창출판사, 2015)과 이 책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적 대화, 그 이후: 자연 철학으로의 귀환』이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하나의 큰 기획 속에서 이해하고자 한 기념비적 연구서로서 꾸준히 언급되고 있다.
단일론과 발전론,
플라톤 해석의 오래된 논쟁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저술 시기에 따라 나눌 때 초기 대화편들은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식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중기 대화편들은 플라톤의 독창적인 교설을 제시하며, 후기 대화편들은 플라톤 자신이 중기에서 전개했던 이론들을 비판적인 태도로 수정해 나간 것이라고 이해되고는 한다. 칸은 이 책의 전작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적 대화: 문학 형식의 철학적 사용』에서 초기 대화편들을 『국가』 이후의 저작들에서 본격적으로 전개될 철학적 내용에 대한 예기(prolepsis)로 읽어 내며 단일론을 주장한 바 있다.
그런데 단일론적인 시각에서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들은 넘어야만 할 거대한 산이다. 플라톤은 후기 대화편들에서 다소 직접적으로 중기의 자신이 전개했던 ‘형상’의 형이상학을 비판하는 듯한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 가령 『파르메니데스』와 『소피스트』에서 플라톤은 자기 자신의 ‘형상’ 이론에 비판적인 시각을 세우고, 『테아이테토스』에서는 ‘형상’ 이론에 대한 명시적 언급을 체계적으로 배제한 채 인식론적 논의를 진행한다.
칸은 이 후속작에서 플라톤이 그의 ‘형상’ 이론을 수정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이것이 플라톤에 대한 단일론적 시각을 철회한 것인지, 아니면 플라톤에 의한 ‘형상’ 이론의 수정을 용인하면서도 여전히 플라톤 철학 전체를 통일적으로 읽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읽어 나간다면 단일론과 발전론에 대한 해석상의 문제는 물론, 플라톤 철학 자체에 대해서도 더 깊고 가치 있는 사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파르메니데스』와 『테아이테토스』
이 책은 크게 서론과 6개의 장,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플라톤의 문제적인 대화편 『파르메니데스』가 다루어진다. 『파르메니데스』의 1부에서는 ‘형상’ 이론을 비판하는 여섯 개의 아포리아가 제시되고, 2부에서는 상호 모순적인 결론을 낳는 여덟 개의 연역들이 구성된다. 칸은 『파르메니데스』에 나타나는 이와 같은 도발적인 행보를 자연 철학으로 나아가는 플라톤 후기 철학의 출발점으로서 이해한다.
2장에서는 앎의 정의를 탐구하는 대화편 『테아이테토스』가 논의된다. 『테아이테토스』는 플라톤의 중기 ‘형상’ 이론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칸은 이러한 독특함이 ‘형상들’과 대상들 사이의 분유 관계에 의존하는 플라톤의 고전적 ‘형상’ 이론과, 앎의 대상으로서 불변하며 안정적인 것을 요구하는 플라톤의 기본적인 형이상학 사이의 구별을 설명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오직 후자의 관점만이 후기 대화편에서 견지되며, ‘형상’ 이론을 완전히 배제한 채 앎에 대한 정의를 시도하는 『테아이테토스』의 기획은 앎을 정의하기 위해 결국 플라톤적 형이상학이 필요함을 귀류적으로 보여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피스트』와 『정치가』
3장에서는 ‘있음(-임)’과 ‘있(-이)지 않음’의 문제를 바탕으로 『소피스트』를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있음(-임), 같음, 다름, 운동, 정지라는 다섯 가지 최고류 간의 연결과 상호작용을 도입하는 플라톤의 논의를 분석하며, 칸은 플라톤이 고전적 ‘형상’ 이론을 떠나 형상들 사이의 연결과 결합을 문제시하는 형상들의 네트워크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그에 따르면 형상들의 “함께-엮임”이야말로 『파르메니데스』의 문제 제기에 대한 대답이자 자연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플라톤의 새로운 철학적 틀이다.
4장에서 칸은 ‘변증술’이라는 방법에 주의를 기울인다. 칸은 『소피스트』와 『정치가』의 연작을 계기로 플라톤의 철학적 방법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소크라테스적 정의를 탐색하는 『테아이테토스』까지의 방법으로부터 『소피스트』 이후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나눔과 모음’의 변증술적 방법으로 나아가는 변화가 플라톤의 후기 철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는 것이다. 칸은 『파이드로스』로부터 시작하여 『필레보스』에 이르기까지 변증술에 대한 논의들을 추적하며 플라톤의 사유를 따라갈 것을 제안한다.
『필레보스』와 『티마이오스』
5장의 『필레보스』에서는 마침내 플라톤의 형이상학과 자연에 대한 탐구가 어떻게 화해하는지 설명된다. 칸이 주목하는 것은 수학에 대한 플라톤의 새로운 이해 방식이다. 칸은 ‘적합한 것’ 혹은 ‘시의적절한 것’을 측정해 내는 규범적인 수학이 한정의 원리로서 등장하고, 이것이 매개가 되어 형상들의 네트워크로부터 따온 구조가 세계에 적용된다고 이해한다.
마지막 6장은 플라톤이 본격적인 우주 탄생기에 대해 논하는 대화편 『티마이오스』를 다룬다. 칸은 『파르메니데스』로부터 시작해 후기 철학 전체에 걸쳐 수정되고 확장된 ‘형상’의 형이상학이 이 대목에 이르러 비로소 자연 세계를 설명하게 된다고 이해한다.
에필로그: 플라톤, 한 명의 정치 철학자
칸은 에필로그를 통해 플라톤의 후기 정치 철학을 보충적으로 논한다. 『법률』 10권의 우주론은 『티마이오스』의 우주론에서 중요했던 영혼이나 ‘형상’, ‘수용체’와 같은 주제들을 체계적으로 회피한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칸은 플라톤이 여전히 이성의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우주론을 고수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가』에서는 신화 이야기를 통해 단적인 의미에서 최선의 지배는 앎의 지배이지만 인간에게 가능한 최선의 타협책은 법률의 지배일 것임이 논의된다. 칸은 이와 같은 『정치가』의 논의가 여전히 철학과 앎의 지배에 대한 플라톤의 선호를 드러내면서도 『국가』로부터 『법률』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적 한계에 대한 플라톤의 인식을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유의 연속성과 변화를 추적한
플라톤 읽기의 새로운 시도
이 한국어판은 2022년 플라톤 대화편을 함께 읽던 역자들의 공동 번역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권용해, 김태훈, 김한, 노경호 네 역자는 각 장을 분담해 초벌 번역을 진행한 후, 여러 달에 걸쳐 모든 부분을 함께 검토하며 원고를 완성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번역을 넘어, 칸의 해석을 토대로 플라톤 철학을 다시 사유하는 일종의 학문적 세미나로 이어졌다. 수많은 토론과 교정 끝에 완성된 본 역서는 플라톤 후기 대화편의 난해한 논증을 이해하면서, 플라톤 철학의 전체 기획 속에서 이를 재조명하는 칸의 문제의식을 파악하고자 한 시도의 결실이다.
플라톤의 후기 대화편들은 오랫동안 난해하고 단절적인 텍스트들로 여겨져 왔다. 찰스 H. 칸은 『파르메니데스』와 『테아이테토스』에서 『소피스트』와 『티마이오스』에 이르는 저작들을 치밀하게 읽어 내며 플라톤 사유의 전개를 하나의 통일적 기획 속에서 다시 조망한다. 그는 플라톤이 자신의 형상 이론을 수정하고 재구성하여 어떻게 ‘형상들의 네트워크’를 정립하고, 이를 자연 세계와 우주론으로 확장했는지 설득력 있게 해석한다.
칸의 이 저작은 단일론과 발전론이라는 전통적 논쟁을 넘어, 플라톤 후기 철학의 의미와 위치를 재평가하도록 해 준다. 그의 전작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적 대화: 문학 형식의 철학적 사용』의 후속작인 이 값진 연구는 플라톤의 사유가 지닌 생생한 힘을 되살리며 플라톤 후기 대화편 해석에 필수적인 참고 문헌이 될 것이다.
목차
일러두기
옮긴이 서문
서론
연대에 관한 안내
1장 『파르메니데스』
1. 1부: 여섯 개의 아포리아
2. 2부: 여덟 개의 연역들
2장 후기 대화편들의 맥락 속에서 『테아이테토스』
1. 해석적 문제: 『테아이테토스』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2. 1부: 감각 지각으로서의 앎
3. 흐름의 존재론
4. 사유의 대상으로서의 공통적인 것들
5. ‘있음(-임)’의 독특한 역할
6. 2부: 참된 판단으로서의 앎과 거짓 판단의 문제
7. 거짓 판단에 대한 세 아포리아(188a-190e)
8. 밀랍 서판
9. 새장
10. 앎은 참된 판단이라는 정의의 거부
11. 3부: 로고스를 동반한 참된 판단으로서의 앎
12. 소크라테스의 꿈: 『크라튈로스』의 선행 사건
13. 소크라테스의 꿈: 긍정적 기여
14. 로고스에 대한 결실을 맺지 못하는 해석 시도들
3장 『소피스트』에서의 ‘있음(-임)’과 ‘있(-이)지 않음’
1. 이 대화편의 제한 사항들
2. 에이나이의 분석
3. 『소피스트』에서의 ‘있음(-임)’이라는 주제
4. ‘있(-이)지 않음’에 관한 아포리아들(237b-239b)
5. ‘있음(-임)’에 관한 아포리아들: 우주론자들과 일원론자들(242c-245e)
6. 신들과 거인들 간의 싸움: 유물론자들과 ‘형상들의 친구들’(246a-249d)
7. ‘있음(-임)’에 대한 마지막 아포리아들: (i) 서술의 두 가지 방식들(249e-250e)
8. (ii) 마지막 아포리아: ‘늦게 배운 자들’의 역설(251a-c)
9. ‘늦게 배운 자들’에 대한 논박: 어떤 형상들은 결합한다(251d-252c)
10. 모든 ‘형상들’이 결합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과 ‘정지’(252d)
11. ‘형상들’의 네트워크(252e-254b)
12. 다섯 최고 형상들과 ‘있(-이)지 않음’의 정의
13. 명제적 구조로서의 로고스에 대한 분석(260a-262e)
14. 참/거짓인 로고스의 정의(262e-263d)
15. 결론(263d-268d)
4장 새로운 변증술: 『파이드로스』에서 『필레보스』로
1. 서론
2. 『파이드로스』 이전의 변증술
3. 『파이드로스』에서의 변증술
4. 『소피스트』와 『정치가』의 변증술
5. 『필레보스』의 변증술
5장 『필레보스』와 우주론으로의 이행
1. 플라톤의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주제로의 귀환성
2. 기예의 작품으로서의 세계
3. 세계 영혼의 도입
4. 『필레보스』의 우주론: 문제 제기
5. 우주의 구조 속 ‘한정’과 ‘무한정’
6. 『티마이오스』와의 비교
7. 우주론과 변증술 사이의 관계
8. 변증술의 대상으로서의 우주론에 대한 개괄
6장 『티마이오스』, 그리고 기획의 완결: 자연 세계의 복원
1. 창조 신화
2. 창조를 위한 원본으로서의 ‘형상들’
3. 원본들에 속한 형상들의 확장
4. ‘생겨남(-됨)’의 지위와 흐름의 문제
5. ‘수용체’와 창조 이야기의 새로운 도입부(48e-53b)
6. 이미지들과 모방: 분유의 문제에 대한 『티마이오스』의 해결책
7. 이 해석을 위한 텍스트상의 근거
8. ‘형상들’과 수학의 관계에 대한 최후의 사유들
9. 『티마이오스』의 감각적 성질들에 대한 보충 내용
에필로그: 플라톤, 한 명의 정치 철학자
1. 『법률』 10권의 우주론
2. 『정치가』의 신화
3. 『법률』에서의 최선의 정치체제는 무엇인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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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파르메니데스』는 플라톤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문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도입부에서부터 우리는 급진적으로 변화한 극의 구조와 소크라테스에 대한 묘사를 마주하게 된다. 『파이돈』과 『국가』에서 근본적인 교설을 해설하던 대가로서의 역할과 대조적으로 이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는 ‘형상’에 대한 개략적인 이론을 품은 전도유망한 젊은이로 등장한다. 그의 이론은 파르메니데스의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게 된다.
『파르메니데스』의 2부는 우리에게 단일성과 다수성, 한정과 무한정자, 형상과 형상 없음에 대한 개념적 공간의 목록, 즉 광범위에 걸친 가능한 구조들을 제공한다. (…) 『파르메니데스』의 방법론적 훈련은 자연학을 위한 하나의 준비로 간주될 수 있지만, 그것 자체로는 자연 과학을 위한 토대를 제공할 수 없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어떤 경험적 데이터, 말하자면, 감각과 지각적 판단(doxa)에서 비롯한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두 능력들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위해 『테아이테토스』로 향한다.
영혼이 갖추어야만 할 많은 개념들 가운데, 왜 있음(-임)이 진리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서 꼽히는가? (…) 있음(-임)은 모든 공통적인 것들 가운데 가장 공통적인 것이라고 말해진다. 그것은 모든 지각적 판단의 사례나 감각적 경험에 대한 반성의 사례에 포함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