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24669150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6-08-31
책 소개
목차
1부 여름의 방문
2부 마음의 조각들
3부 고백과 진심
4부 혼자여도 온전하게
작가의 말
추천의 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뇌세포로 ‘엄마’란 단어를 쥐어짤 때마다 그 말이 머릿속에서 굵은 고딕체로 거들먹거렸다. 할머니는 갓 태어난 딸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사라진 뒤 양육비와 택배만 꾸준히 보내는 며느리를 집으로 불러들여 수술 전후의 보호자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서운해 씨를 엄마라고 부르지 않으면 수술이고 뭐고 그냥저냥 살다가 때 되면 가겠노라 폭탄선언까지 날렸다. 눈빛을 보니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이었다.
할머니는 평생에 서로 믿고 아끼는 사람이 세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고, 살아 보니 그 말이 진짜더라고 했다. 나로 말하자면 세 자리 중에 둘은 찼다. 강만춘 여사와 허규림. 나머지 한 자리를 채워 줄 온기를 본능적으로 찾는 중이고.
고장 났다는 할머니의 심장은 할머니 없는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지면 어쩌나 하는 오래된 공포를 일깨웠다. 어릴 때는 자다가도 울면서 깨어나 할머니 품을 찾았다. 한 팔로 할머니를 껴안고 한 손으로 애착 인형을 붙잡고서야 겨우 잠들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그 빈자리는 영구 결번으로 남을 것이다. 나도 안다, 옆에 누가 있든 인생은 저물녘 들판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바람처럼 결국 혼자라는 것을. 그래도 바람이 스쳐 가는 나무 몇 그루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좋잖아. 덩그러니 홀로 선 나무보다 작은 숲을 이룬 나무가 덜 외롭고 덜 무섭잖아. 인생이 허무하다며 우는 엄마. 나는 그런 엄마를 3번 자리의 후보에 올렸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